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조선 반도 출신 노동자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이재갑/ 살림출판사/ 2011)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사진작가 이재갑의 말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이 말에 대입하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재해석을 하지 않는 자들이 있다. 강제징용 자체를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 정부에 따르면 강제로 징용된 조선인은 없고, '구(舊) 조선 반도 출신 노동자'만 있을 뿐이다.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재갑이 일본 중남부 도시 다섯 곳을 답사한 기록이다.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 나가사키, 오키나와 곳곳에서 강제징용 희생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댐, 벙커, 탄광, 수용소, 방공호, 발전소, 군수공장, 지하 터널 등 사십여 곳을 다니며 '발로 쓴 글'이다. 저자는 태평양전쟁을 전후한 시기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밝힌다. 특히 조선인이 희생된 상황을 현지인 증언과 그들이 밝혀낸 이야기와 기록, 신문 기사, 강제징용인 일기 등을 토대로 서술한다.

작가는 강제징용 희생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 너머, 그 시대를 살았던 역사 속 조선인을 그곳에서 만난다. 물론 그들 삶은 처참하다. "당시 조선인들은 소나 말 대신 일하는 사람이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오키나와 거주 일본인 요시카와의 증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곳이 비단 오키나와에만 해당하는 사례가 아님을 안다.

책 분량 절반을 사진이 차지하는데, 희뿌옇고 어두운 배경이 많다. 분위기도 음산하고. 폐허로 방치한 곳이 많아서 그럴까. "동굴 안, 묘지, 위령비 등 내가 주로 다녔던 곳은 상처받은 영혼들이 한을 품고 있는 곳인지라 촬영을 마치고 나면 잊지 않고 묵례나 절을 한다." 작가 말을 참고하면 이런 사진을 찍은 이유를 추측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재갑은 1996년부터 조선인 강제징용을 포함하여, 일제 잔재를 정리하는 사진 작업을 해 왔다. 개인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 분명한데, 이렇게 힘든 일을 작가는 왜 할까.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 청산이 올바르게 이루어져야 했다." 저자가 밝힌 이유다.

그렇다. 과거 없는 미래는 없다. 그래서 편하든 불편하든 과거를 올바르게 맺고 정리함이 필요하다. 그 정리 작업 중 하나가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이다. 구 조선 반도 출신 노동자 일터가 아닌, '강제징용 조선인 희생 현장'을 똑바로 알고 싶은 독자에게 권한다.

학이사독서아카데미회원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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