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약 구하기 힘든 명절…추석 앞두고 약품 구비 대책 시급

소아 환자 위한 물약 등 갖춘 약국 못찾아 헛걸음하기도
대구시 "명절 당일 문 연 병원과 약품 보유한 병원 매칭 검토"

약국 이미지. 연합뉴스
약국 이미지. 연합뉴스

대구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이번 추석에 '비상진료 지원사업 의료기관'으로 참여할지 고민 중이다. 지난 2월 설날 당일에 대구시가 모집하는 '비상진료 의료기관'으로 지원했다가 곤욕을 치른 탓이다.

명절 당일 의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들은 대부분 감기 환자였고, A씨는 소아 환자들이 복용하기 쉬운 물약 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인근 약국 가운데 물약을 구비한 곳이 없어 A씨는 보호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A씨는 "당시 '약국에 없는 약을 처방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물약이 있는 약국을 직접 수소문해 보호자에게 일일이 안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절 당일 병원과 약국이 문을 열기만 해선 안 되고, 대체 조제가 어려운 약을 구비한 약국들의 정보를 환자들에게 미리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가 명절 기간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자 도입한 '비상진료 의료기관' 사업을 두고 약품 구비 대책을 보완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명절 당일의 소아 및 경증 환자에 대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자 지난 2016년부터 비상진료 의료기관 지정 사업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이달 30일까지 대구시의사회를 통해 참여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는다.

앞서 지난 2월 설 명절 당일에도 대구에서는 의원 16곳, 약국 81곳이 이 사업에 참여했다. 참여 의료기관은 명절 당일 최소 4시간 이상 진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처방한 약이 인근 약국에 없는 경우, 의료기관과 환자들이 불편을 떠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제약사에 따라 재고 약품의 반품 방침이 제각각이어서 명절 당일 하루 진료를 위해 특정 약품을 확보하라고 약국에 부탁하기 쉽지 않다"며 "성인에게 처방하는 약은 그나마 대체 조제가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소아가 복용해야 하는 물약 등의 경우 구비한 약국이 없으면 환자들이 헛걸음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이번 추석부터 의약품 구비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명절 당일 진료에 참여하는 의원 주변 약국들을 대상으로 의약품 구비 상황을 살펴보겠다"면서 "명절 당일 문을 연 의원과 물약 등을 보유한 약국을 연결하는 방법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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