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여름 극장가 흥행 성적표

'명량' 후속작 '한산', 천만 돌파 '광해'와 비슷한 흥행 추세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 올 여름 박스오피스 1위
흥행 감독 최동훈의 '외계+인', 고려시대 도술과 SF액션 이해 어려워
한국 첫 항공 재난 액션 '비상선언', 유명 배우 총 동원에도 관객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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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한국영화 빅4가 격돌한 여름 극장가의 성적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0일 '외계+인'을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등 한 주에 한 편씩 차례로 선을 보인 빅4가 지난 주 '헌트'를 끝으로 모두 관객의 평가대에 올랐다. 혹평과 호평, 극혐과 찬사의 반응이 어느 때 보다 격렬했던 여름이었다. 과연 어느 작품이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

◆'헌트'와 '한산'…링에 오른 결승 2파전

지난달 27일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감독 김한민)은 지난 15일 현재 6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제작비 280억 원을 들여 일단 손익분기점 600만 명을 넘겼다. 1천700만 명을 동원한 '명량'(2014)의 후속작이어서 흥행에 대한 기대는 컸던 작품이다.

'명량'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아쉬움도 많았던 작품이었다. 소위 과도한 '국뽕'으로 관객을 불편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한산'은 전작의 아쉬움들을 걷어내고 한산도대첩에 집중해 스펙터클한 액션으로 승부를 걸었다. 결전을 준비하는 두 진영의 긴박감과 첩보전을 스피디하게 펼쳐내며 후반부 강렬한 해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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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산'은 광복절 연휴 기간 107만 7천98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20일 만에 600만 명을 돌파해 1천200만 명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비슷한 흥행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명량'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아직 여름 시즌이 끝나지 않아 흥행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광복절 연휴 박스 오피스 1위 영화가 '헌트'(감독 이정재)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153만 8천84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7일째인 16일 200만 고지를 넘어섰다.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당초 '헌트'는 빅4 중에 최약체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다른 감독들에 비해 연출력을 입증한 적이 없어 더욱 그랬다. 그러나 개봉 이후 여름 극장가 최고의 '다크호스'가 되고 있다.

'헌트'는 조직 내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대립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벌이는 첩보 액션물이다.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연기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았다.

'헌트'의 매력은 첩보물의 서스펜스와 액션물의 긴장감을 모두 잡은 탄탄한 연출력이다. 박평호와 김정도라는 두 인물에 대한 캐릭터 구축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버마 아웅산 폭탄테러, 북한 대위 이웅평의 미그기 귀순 사건 등 실제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스토리가 사실성을 더해준다. 특히 독재의 그늘과 남북 대치라는 한국 현대사 특수한 상황에서 갈등하는 두 인물의 헌신적 신념이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헌트'는 실관람객 평가 지수에서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입소문이 퍼지고 있어 결승 2파전의 최후 승자에 자리에 오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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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외계+인'과 '비상선언'…외면 받은 감독의 과욕

'외계+인'은 연출하는 작품마다 흥행 신화를 써온 최동훈 감독의 야심작이다. 처음으로 SF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1, 2부로 나뉘어 제작한 것만 봐도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러나 개봉 후 호불호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사실상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았다.

'외계+인'의 제작비는 33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700만 명이다. 그러나 누적 관객수 152만 명에 머물며 사실상 막을 내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고려시대의 도술과 미래의 SF가 만나 펼쳐지는 세계관에 대해 관객을 이해시키는 치밀함이 부족한 것이 흠이었다. CG나 캐릭터들의 오밀조밀함 등이 돋보였지만, 결국 이를 결합해 새로운 SF액션을 선보이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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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은 한국에서 처음 도전하는 항공 재난 액션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포된 항공기는 그 자체로 공포감을 주는 소재다. 관객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끌어낸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서 개연성 없는 설정과 지나친 신파성 스토리로 치달으면서 관객의 흥미를 모두 갉아 먹고 말았다.

'비상선언'은 지난 12~15일 총 800여 스크린에서 26만 8천12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5일 현재 누적관객은 195만 명. 손익분기점 500만 명의 절반도 달성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강남길 등 한국의 대표배우들이 총 동원된 영화로는 믿기 어려운 기록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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