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상징하는 하천은 낙동강이다.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안동과 상주를 지나 대구 서쪽을 감싸 안고 50㎞ 이상을 흐른 뒤 부산에서 남해로 들어간다. 1995년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명칭이 바뀔 때 달성군이 편입되면서 금호강을 넘어 낙동강을 품게 된 것이다.
화원읍은 달서구와 달성군 사이에 자리한 고장이다. 왜관 쪽에서 흘러내려온 낙동강이 달성군 다사읍에서 직각으로 심하게 꺾인 뒤 화원에 이르러서는 180도 방향을 바꿔 흘러간다. 이렇듯 낙동강이 심하게 곡류하면서 뭍과 만나는 안쪽 퇴적 사면에는 고령 다산면이 있다면, 바깥쪽 침식 사면에 화원 사문진이 자리 잡고 있다.
사문진나루터는 화원유원지 바로 옆이다. 사문진은 조선시대 낙동강과 금호강을 연결하는 하천 교통의 요지이자 대구로 통하는 관문 나루였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인 이규환 감독의 '임자 없는 나룻배'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낙동강 뱃길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해 왔다. 부산의 구포와 내륙의 안동을 오르내리는 길목이다. 성종 3년(1472)에는 일본인의 물건을 보관했던 왜물고가 이곳 화원에 설치될 정도로 교역 물산이 많았다. 당시 소금배가 이 나루터를 통해 대구로 들어왔고, 경상도의 세곡은 이곳에서 부산을 거쳐 한양으로 실려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모습은 볼 수 없다. 경부선 철도 개통 후 사문진 나루터는 화물을 기차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특히 1993년 사문진교가 개통되면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아울러 사문진교 준공과 동시에 한여름 나루터 근처의 모래사장을 찾던 피서객들도 자취를 감췄다. 강 건너 다산면에 남아있는 몇몇 오래된 매운탕집이 지난날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사문진에 시민들의 이목이 쏠린다. 낙동강이 정비되고 강정·고령보 등이 건설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4대강 사업의 성과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 이도 더러 있지만, 이곳 화원에서는 아니다. 강을 정비하고 보에 물이 차면서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도 등장했다. 주막촌을 복원하고 피크닉장과 생태탐방로를 개발하면서 젊은이들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도 늘었다. 물이 제 모습을 되찾으면서 사람도 돌아온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사문진의 명성에 걸맞는 비전이 그려지면 좋겠다. 대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곳의 장점을 살려 좀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부산에서 사문진까지 화물선이 드나드는 뱃길을 개통하면 대구가 더는 내륙도시라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구의 랜드마크로 삼을 만한 대규모 물놀이 시설을 이곳에 만드는 것은 또 어떨까. 이곳에서 대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여름 폭염축제를 개최하는 그림도 상상해 본다.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자연은 인간에게 가능성만 제공할 뿐,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 가는 인간의 의지와 능력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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