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생명을 묻다

정우현 지음/ 이른비 펴냄

100년 전,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사상가인 '버나드 쇼'는 생물학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아무리 훌륭한 생물학자라도 생명이 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생명이 살아 있게 만드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세기가 흘렀지만 여전히 쇼의 그런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누구도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지난 수세기 인류는 DNA와 유전자를 통해 눈부신 생물학의 발전을 경험했고 난치병이나 불치병도 하나둘 치료하는 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생명이 무엇이고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모르던 과거보다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과학이 놓치고 있는 생명에 대한 15가지 질문을 도발적으로 던진다. '생명은 입자인가', '생명은 이기적인가', '생명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등의 철학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그리고 레이 커즈와일과 마이클 샌델, 앙리 베르그송와 데카르트 등 내로라하는 30명의 과학자와 작가, 사상가, 철학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지은이인 정우현 덕성여대 약학과 교수는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러나 과학은 물론이고 역사와 소설까지 다양한 책 읽기를 즐기는 독서광이다. 그렇기에 과학과 철학, 각종 인문학 등을 넘나들며 이같은 포괄적이면서도 원초적인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각 질문에 대해 2명의 지성인이 가지고 있는 통찰을 나란히 살펴보면서 그들이 어떤 공통의 생각을 가지는지, 어떤 점에서 다른지 비교하며 분석한다. 또한 각각의 목소리에 어떤 모호함이 있는지, 어떤 모순이 숨겨져 있는지, 어떤 점에서 그들의 주장에 실현 불가능성과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지적한다. 이를 통해 독자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책 속으로 살짝 들어가보자. 희대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정신과 물질·육체와 영혼을 분리하는 이원론을 주장했다. 그는 종교관에 지배당했던 중세의 세계관을 무너뜨리고 생명에 대한 기계론적 가치관을 유행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동물의 육체는 영혼이 없이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자동인형'에 불과하다는 기계론적 생명관은 생명의 역사에서 낡은 생기론과 목적론을 완전히 몰아냈다.

'모든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놀라운 비밀을 밝혀낸 현대 물리학은 생명마저 똑같은 원리로 분해해 입자의 모임, 물질의 한 형태로서의 생명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물질은 생명의 모든 것이 되었고, 생명의 모든 신비한 현상은 결국 물질로 설명되리라 봤다. 이러한 시각은 모든 생명 현상이 '유전자', 그것의 끝없는 진화를 통해 만들어낸 생명의 최종 병기, 즉 '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는 기계론적 환원주의와 유물론적 결정론을 만들어냈다.

지은이는 대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흥미롭게 요리해서 내놓는 과학지식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과연 그것이 사실이며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은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태도를 지키기 위해 과학을 어렵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491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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