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수면 아래(이주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수면 아래(이주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그냥, 난 우리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순간에 정말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등을 수상한 이주란 작가의 첫 장편소설 '수면 아래'가 출간됐다.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내용을 다듬어 냈다. '모두 다른 아버지', '넌 쉽게 말했지만' 등 전작들을 통해 선보인 독보적인 감수성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풀어냈다.

'수면 아래'는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함께해오다 결혼한 우경과 해인이 아이를 잃는 커다란 상실을 겪은 뒤 다시 삶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공유한 두 사람은 완전히 이별하지는 못한 채 일상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경과 해인은 이혼 후에도 동네를 산책하고 밥을 먹는다.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 그러나 서로가 공유하는 추억을 얘기할 때면 대화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끊긴다. "누구도 그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낸 적이 없"지만, 수면 아래 묻어뒀던 깊은 상실감은 작은 단서로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거 죽은 나무야. 물 안 줘도 돼요./ (중략)/ 그래도 줘볼래요./ 줘도 소용없어요./ 살아날지도 모르잖아요."

작가는 극적인 장면 없이, 무심한 투로 둘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쩌면 큰 아픔을 가슴 깊이 묻어두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태도와도 닮아있다. 그런데도 소설을 읽으며 가슴 저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전달되는 잔잔한 온기 덕분일 것이다. 말과 말 사이 여백을 통해 두 사람이 서로의 일상을 세심하게 돌보고 있으며, 또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삶은 계속되고 회복의 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소설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슬퍼도 괜찮으니까 슬퍼도 괜찮다고"라며 넌지시 위안을 건넨다.

박연준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번 작품이 "극적인 장면 없이 고루 팽팽하고, 대단한 플롯 없이 완벽하며, 시 없이 시로 가득하고, 청승 없이 슬픔의 끝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주란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서로 미워하며 헤어질 예정이었는데 서로를 그리워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그냥, 그런 마음이 남았고 두 사람은 그 마음을 그대로 둘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200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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