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포항시-한전 100억원 손배소 소송 붙은 까닭은

70년대 무단 설치된 송전탑 등 사용료와 토지 손실보상금 소송
전국 지자체 최초 진행…향후 한전 운영방안에 영향 미칠 듯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 과거 무단으로 지어진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철탑. 포항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철탑처럼 1970~80년대 일방적으로 지어진 송전탑이 7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 과거 무단으로 지어진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철탑. 포항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철탑처럼 1970~80년대 일방적으로 지어진 송전탑이 7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1970년대 시유지에 무단 설치한 송전탑 및 송전선에 대해 100억원의 토지 손실보상금 소송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그간 송전탑 관련 토지 사용료에 대한 소송은 간혹 있었지만, 토지 손실보상금 소송은 포항시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타 지자체 및 한전의 운영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한전 측이 시유지에 무단으로 송전탑 및 고압선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는 곳은 철탑 70개, 선하지(고압전류 아래 지역) 320곳 등 41만7천47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970~80년대 국책사업으로 송전탑이 설치되면서 지역에 아무런 통보없이 지어진 것들이다. 정부사업에 일반 국민이나 지방 관청에서 반대를 표명하기 어려웠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송전탑의 무단 설치는 지난 2009년 충남 보령지역 토지주들이 한전을 상대로 '송전선 철거 청구소송'에서 집단 승소하며 본격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송전탑, 송전선의 철거만 주로 논의됐으나 이후 2014년 밀양 송전탑 사건으로 국회 국정감사까지 진행되면서 토지 사용료에 대한 법률이 이슈로 떠올랐다.

밀양 송전탑 사건이란 765kV의 고압 송전선 및 송전탑의 위치 문제를 두고 밀양 시민과 한국전력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다. 지난 2014년 반대 주민들을 뚫고 행정대집행이 이뤄지며 20여 명의 주민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전기사업법을 근거로 사유지에 대한 사용료 지급이 이뤄지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포항시는 한전 측에 공문을 보내 토지 변상금 지급을 요청했으며 지난 6월 한전으로부터 회신을 통해 최근 2년간 사용료 2억3천만원 가량을 지급받게 됐다.

아울러 관련법에 따라 최근 5년간의 토지 손실보상금을 물어 약 100억원(철탑 4억여원, 선하지 97억5천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송전탑 및 송전선이 무단으로 지어지며 해당 토지의 사용이 불가능해지고 가치도 하락해 포항시의 재산이 침해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손실보상금액은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에서 30%를 기준으로 잡았다.

현재 포항시는 해당 소송에 대한 법리검토 중이며 올해 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타 지자체도 같은 방식의 손실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기에 한전 측 역시 신중히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재정관리과 관계자는 "지난해 5월 28일 한전 측에 손실보상을 요청했으며 보상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대부계약만 유지하고 손실보상은 거부했다"면서 "송전탑 등이 아무리 공공시설 성격이 강하다고 해도 시유지 역시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이다. 혈세의 낭비가 없도록 열심히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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