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법의 영역에서 합법의 권리 주장하는 화물연대

1980년대 농성 방식이 2022년에 재현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조합원 70여 명이 16일 새벽 6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을 기습 점거했다. 기습 점거는 계획적인 침탈에 다름없어 보인다.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차주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하고 불과 5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들이 시너까지 준비해 진입했다는 데서 우려는 커진다. 하이트진로 홍천공장에서 강경 진압을 겪은 탓이라 항변하지만 장기 항전을 준비한 것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 총파업 결과로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연장 요구안을 따냈지만 수양물류 소속 조합원들의 파업은 별개의 진행형이다. 운임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해고 노동자 복직, 손해배상 소송 청구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들에게 27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영업 손실과 생산 차질 등으로 1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갈등의 골이 얕지 않다.

그렇다고 생명을 담보로 협상에 나설 일인가. 공포 심리로 겁박에 질린 협상은 이성적 영역을 벗어날 개연성이 다분하다. 절박하다는 건 알지만 극한으로 옥죄어선 곤란하다. 삶이 가볍지 않다. 큰 금액도 아니다. 그 격차를 줄이겠다며 목숨을 거론하는 데서 참담한 심정이 된다. 설상가상 불법의 영역에서 주장하는 권리가 여론에 어떻게 투과될지도 자명하다.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비친다. 시대가 바뀌었다. 화물연대는 당장 18일 집회에서 받게 될 세론을 살펴야 할 것이다.

점거 농성이 승리 공식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심정적 동조는 얻었지만 여론전에 진 이유와 같다. 불법의 영역에 들어선 순간 상식과 멀어진다. 과격하고 극단적인 방식일수록 여론은 같은 편에 서질 못한다. 요구 사항과 협의 내용은 온데간데없고 태도가 우선 보일 뿐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절박한 심정임에도 법을 지켜 대화하는 게 해법이라고 중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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