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32> 한 권의 책이 주는 다정한 위로

하야마 아마리 지음·장은주 옮김/ 예담 펴냄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하야마 아마리 지음·장은주 옮김/ 예담 펴냄)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하야마 아마리 지음·장은주 옮김/ 예담 펴냄)

새내기 사서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던 해, 청소년 독서회를 운영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맡았던 독서회를 잘 운영하고 싶은 마음에 관련 강좌나 책도 찾아보면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어느 날, 독서회를 마치고 가방을 챙기던 여학생 두 명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요새 너무 답답하고 짜증 나. 기분이 자꾸 오르락내리락 해."

교우관계나 학업·진로에 대한 생각과 여러 고민이 많을 시기다. 평소보다 어두운 얼굴의 학생을 보니 나도 모르게 그 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기 시작했고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 책은 나에게 조금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책이었다. 10년째 사랑받아 온 베스트셀러였고, 드라마 미생에서 배우 강소라가 읽고 위로받는 장면이 나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이 책의 요상한 제목에 이끌려 관심을 가졌으나 정확히 스물아홉 살에 읽고 싶은 왠지 모를 강박에 미뤄두었던 책이었다. 그렇게 잊고 있던 찰나 정말로 스물아홉 생일에 친구가 이 책을 선물로 준 게 아닌가. '사서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하네'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그때의 나는 이런저런 고민으로 마음이 답답하고 지쳐있을 때였다. 그래서 책의 여운이 더욱 진하게 남았다.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느슨하거나 버거운 하루도 어쩌면 나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고, 매일 매일이 우리에게 행운이다'라는 구절.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을 보며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일상의 감사함을 알려주는 책이라 그 학생에게 슬쩍 권해보았다. "이 책 한 번 읽어볼래?"

책을 추천해주고 다음 독서회 때 그 학생에게서 피드백이 왔다. "일단 책이 정말 재밌어서 술술 읽혔고요, 축축했던 마음이 햇살에 뽀송뽀송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포기하고 싶고 우울했는데 조금 의욕이 생긴 것 같아요. 친구한테도 읽어보라고 할게요. 고마워요 쌤."

책 한 권으로 울고 웃고 마음을 다잡고. 학생의 감동적인 말에 내 마음까지 햇살이 드는 것 같았다. 같은 책으로 함께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가. 한 사람이 받은 위로를 또 다른 이에게 전해주고 이렇게 나의 작은 행동 하나도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구나 싶어 더욱 감사한 마음이었다.

고민이 많을 청소년에게 깊은 상담을 해줄 수는 없었지만 책이라는 매개체로 학생의 마음에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었고, 내가 권한 책으로 누군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사서로서 얻을 수 있는 큰 기쁨 중에 하나다.

'나의 평범한 오늘은 누군가에겐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다.' 혹시 무미건조한 일상에 지쳤거나 예기치 못한 일들에 좌절했다면, 이 책이 주는 위로를 통해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고 애틋하게 대해보는 건 어떨까. 책 한 권을 통해 위로받고, 그 위로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길 희망한다.

유혜린 두류도서관 사서
유혜린 두류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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