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홍수 관리 패러다임 바꿔야

서용원 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용원 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용원 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증가시키는 주요한 외부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도시화를 들 수 있다. 필자가 연구한 내용을 일례로 살펴보자면 지난 10년에 비해 최근 10년의 강우 사상 발생 건수는 전국적으로 2배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빈도로 표현하는 극한 강우의 크기도 대체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때때로 기존에 우리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상식과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보여준다. 뚜렷하게 구분되던 장마철은 언제부턴가 여름 내내 지속되고 있고, 어느 때에도 큰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8월에도 큰비가 내릴 수 있고(2020년 홍수 피해), 10월에도 태풍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2016년 차바).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와 같은 역대급의 피해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잠깐 내린 비로 서울 강남대로가 순식간에 침수될 수도,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재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

도시화는 또 어떠한가. 도시에 시설이 집중되면서 이제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더 큰 홍수가 발생하고, 도시에 자산과 사람들이 집중되면서 같은 규모의 홍수가 발생하더라도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와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올해에도 8월 8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중호우로 인해 안타깝게도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홍수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빈도 개념이다. 가령 10년 빈도 규모의 홍수라면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확률이 있는 정도의 홍수를 의미한다. 만약 100년 빈도 홍수라면 10년 빈도 홍수보다는 발생할 확률이 낮지만 그 규모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인명과 재산이 도시화로 인해 더욱더 밀집된다면, 그리고 기후변화로 우리가 산정하던 빈도 강우량 자체가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발생하는 많은 홍수 피해는 이러한 기우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홍수관리 패러다임의 전면적 변화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그룹인 '낙동강수계 연구네트워크'와 논의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로 최악의 홍수 상황을 가정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이다. 대도시의 높은 지가는 기존과 다른 획기적인 대안을 요구한다. 멀리 미국 시카고의 TARP(Tunnel and Reservoir Plan)를 예로 들지 않아도 2020년 준공한 서울의 신월저류배수터널은 준공 이후 지역의 홍수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8월 8일의 홍수에도 해당 지역의 피해는 미미했다. 반면 같은 대안이 계획에 그치고 말았던 강남의 경우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8월 8일 내린 비는 서울 동작구 기상청 개청 이래 최다 시간 강우 기록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언제나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도시 유역 토양의 투수력 회복이다. 도시화로 인해 상실된 토지의 투수성을 복원해야 한다. 물론 모든 도로를 걷어내고 건물을 철거하기는 불가능하기에 투수성 포장, 그린루프, 레인가든, 그린커리도어 등 가능한 그린 인프라 대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이는 또한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도시 거주민 삶의 향상을 보장한다.

마지막으로는 실용적인 대안 기술 개발이다. 언제부턴가 예측에 대한 기술들이 난무하지만 자연의 비선형성을 전제한다면 그 효용성에 다소 의문이 있다. 실제로 비가 쏟아지는 걸 예측하고 중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직접 홍수 피해를 막고 줄일 수 있는 대안과 기술, 역발상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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