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윤석열 정부에 ‘지방’은 있는가, 없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는 '기회의 공정'의 문제"라며 "대한민국 어디서나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 이슈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방' 또는 '균형발전'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 지방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 정부는 6대 국정 목표에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설정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지방분권 강화', '공공기관 이전' 등은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 각종 정책에서도 '지방'은 찾기 어려운 대신 '서울' '수도권'만 더 많이 보인다. 반도체 학과 학생 수 확대를 명분으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도록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공장 신·증설 면적 확대 및 국내 복귀 기업의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증설 허용 방침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집중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 50만 호를 비롯해 수도권에 총 158만 호를 공급하기로 한 윤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은 지방 인구를 빨아들일 수 있어 부작용이 염려된다. 서울의 주거 문제는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서울에 집중된 대기업과 공공기관,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해 인구를 지방으로 골고루 분산시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밀어붙여 실망감이 더 크다. 윤 대통령 발언의 진의까지 의문스럽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말고는 지방·균형발전 정책이 보이지 않다.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은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이 지역을 방문해 숙원사업을 하나씩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는 요원하다. 지역민의 눈높이에서 지역을 바라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역 현장을 돌아보고 취임 초 다짐했던 '지방시대'를 다시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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