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이슬람 사원 갈등 재점화…오늘부터 공사 재개, 주민들 강력 반발

1년 6개월여 만에 이슬람 사원 공사 본격화
건축주 측 "공사 방해하는 주민들에겐 고소할 계획"
울부짖으며 드러누은 주민들 "주택가 한 가운데 이슬람 사원은 비상식"

22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가 1년 6개월여 만에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사진은 인부와 건축주 등이 차례로 시멘트를 공사 현장으로 반입하는 모습. 임재환 기자
22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가 1년 6개월여 만에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사진은 인부와 건축주 등이 차례로 시멘트를 공사 현장으로 반입하는 모습. 임재환 기자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됐던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가 1년 6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건축주들은 합법적인 공사를 방해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예고했고, 주민들은 사원 건립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으로 맞불을 놨다.

22일 오전 찾은 대현동 이슬람 사원 부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부들과 건축주들이 시멘트 포대를 차례로 반입하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건축주 측은 지난 6일에도 자재 반입을 시도했지만, 주민들이 자재를 실은 차량을 몸으로 막으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무아즈 라자크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대변인은 "공사가 가능하다는 법원 판단에도 매번 주민들이 공사를 방해했다"면서 "앞으로 공사를 방해하는 주민들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주민들은 이슬람사원 부지 진입 골목 앞에서 사원 건립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생활권 침해를 이유로 들며 "사원 건립에 결사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민은 인부들이 건축 자재를 들고 공사 현장으로 진입하자 "자재 반입이 웬 말이냐"며 드러눕기도 했다.

주민들은 "주택가 한 가운데 이슬람 사원이 들어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민들의 생활권과 기본권이 달려있기 때문에 계속 대치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공사가 이뤄질 시 계속 집단행동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시각차를 좁힐 중재 회의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북구청이 마련한 중재 회의에서 건축주 측은 ▷현 사원 부지와 동일한 면적 ▷경북대와 가까운 거리 ▷민원이 없는 지역 ▷돔 형태의 사원 등의 4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이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북구청 관계자는 "건축주들이 제시한 네 가지 조건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현 부지에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다문화센터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응하지 않았다"며 "주민들 또한 사원 이전만을 요구하고 있어 해결이 어렵다. 양측의 의지가 있다면 또 한 번 중재 회의를 열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난감해했다.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20년 북구청이 건축 허가를 내주면서 불거졌다. 사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이 이듬해 2월 건립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북구청은 무력 충돌을 우려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건축주들은 지난해 7월 북구청을 상대로 '공사중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 주민들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5월 상고장을 제출하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22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부지로 진입하는 골목 앞에서 주민들이 사원 건립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임재환 기자
22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부지로 진입하는 골목 앞에서 주민들이 사원 건립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임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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