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사-승객 모두 웃을 수 있는 '대구 공공택시앱', 이용자 확보가 핵심

높은 수수료에 기사·이용객 모두 불만
대구서는 택시업계 주도 '온다', '마카롱' 모두 고배
11월부터 법인택시업계 계약 만료 시점 도래도 변수
업계는 "택시앱 연내 출시 희망"

22일 오후 동대구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들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2일 오후 동대구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들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시가 출시를 준비 중인 공공택시앱(이하 택시앱)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가입 택시와 이용자 확보가 절대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껏 예산을 투입해 출시하고도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는 공공앱의 전형적인 실패 노선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다.

◆기사-승객 모두 아쉬운 독점 플랫폼

최근 공공이 주도하는 택시앱 출시가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기존 플랫폼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 때문이다.

대구법인택시조합에 따르면 대구는 운행 중인 전체 법인택시 3천900여대 가운데 70%가 넘는 2천900여대가 카카오택시에 가입돼 있다.

카카오택시에 가입할 경우 월 이용료 3만3천원과 호출 수수료 3.3% 등 법인택시 1대 당 월 10만~15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택시기사들이 지자체가 주도하는 택시앱 출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다.

독점에 따른 폐해는 이용자들도 겪고 있다. 택시 승객이 카카오블루 등 배차 성공률이 높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천원의 웃돈을 내야한다. 카카오T는 100% 배차 가능한 서비스를 기업고객들에게 유료로 제공한다.

◆택시 기사와 이용객 확보가 핵심

이에 전국 지자체들은 신규 택시앱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지만 성패는 크게 엇갈린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택시 기사 및 이용객 확보다.

대구에서 지난 2월 시범 운영하다가 자취를 감춘 택시앱 '온다'가 대표적이다.

선불교통카드업체인 티머니가 운영하는 이 플랫폼은 택시 기사가 별도의 가입비나 호출 수수료 없이 월 5천원의 이용료만 내면 쓸 수 있고, 이용자도 승차 거부없는 자동 배차로 호평을 받았지만 택시 확보라는 벽에 부닥쳤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성서, 칠곡 같은 외곽 지역에서도 5분 이내에 차가 잡혀야 플랫폼 경쟁력이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1천500대의 차량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기존 플랫폼과 중복 가입이 안되는데 플랫폼 미가입 차량이 1천대도 안돼 차량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구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도 2년 전 '마카롱' 플랫폼 도입을 추진했지만 기사나 승객 확보 모두 어려워 정착에 실패했다.

반면, 부산 택시앱 '동백택시'의 경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과 연계해 출시한 동백택시는 지난달 기준 전체 택시의 87.5%가 플랫폼에 가입했고 앱 이용자는 55만명에 달한다.

호출 비용과 멤버십 이용료는 받지 않고 결제 수수료도 민간 플랫폼 대비 0.5%포인트(p) 낮다. 출시 초기부터 동백전을 이용해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10%를 '캐시백' 형태로 되돌려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으로 이용객을 끌어모았다.

◆연말까지 출시해야 경쟁력 확보 유리

대구 택시앱 출시의 또 다른 변수는 출시 시점이다. 지역 법인택시 업계와 카카오 간의 계약기간 만료시점이 올 연말부터 대거 도래하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들이 복수의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신규 플랫폼 이용률이 떨어질 수 있고, 기존 플랫폼 업체가 중복 가입을 막을 수 있어서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초창기부터 많은 택시 기사와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대구 택시앱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 택시 업계에서는 앱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으면서도 사용자 확보에도 경쟁력 있는 업체가 사업을 맡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형 배달앱 '대구로' 운영사인 인성데이타는 택시앱 출시를 염두에 두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성데이타 관계자는 "아직 택시앱 출시 방향이 명확히 나오지 않았고, 대구시가 어떤 기능을 요구할 지 알 수 없다"면서도 "통상적인 기능만 넣는다면 연내 출시도 불가능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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