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4년제 대학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한 취준생 A(27) 씨는 요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현재 한 협동조합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초조함은 커진다.
A씨는 "주위 동기들을 둘러봐도 전공을 살려 취업한 경우는 거의 없고, 취업한 동기들도 공무원이나 경찰이 대부분"이라며 "어문학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매우 좁다. 특히 코로나19로 국제 교류가 많이 줄어 통·번역 수요도 줄어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인문사회 학문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취업난, 이공계 중심의 인재 육성 정책 등으로 인해 고교부터 대학까지 이과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지역대학은 인문사회계열 학과·전공의 모집중지와 축소, 통폐합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5년간(2018~2022학년도) 대구권 대학들을 보면, 계명대는 미국학전공을 없앴고, 중국학전공과 법학과의 야간 신입생 모집을 중지했다. 대구가톨릭대는 한국어문학부와 사회학과, 정치외교학과 등의 모집을 중지했다. 대구대 역시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등 어문계열 모집인원을 축소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계명대는 2023학년도에 영어영문학과와 독일유럽학과, 중국어중국학과 등의 입학 정원을 10~20명씩 줄일 예정이다. 대구대는 중국어중국학전공과 영어영문학전공을 '국제어문학과'로 합친 뒤 모집인원을 60명에서 45명으로 줄인다. 대구가톨릭대는 무역학과의 모집을 중지하는 한편 법학과와 행정학과를 '공무원·공기업학과'로 통합할 계획이다.
대학의 인문사회 축소 분위기는 고등학교의 이과 쏠림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6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에서 전국 고교 2학년생의 문·이과 비중이 최초로 역전됐다.
종로학원이 고2의 6월 학평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과생으로 분류되는 과학탐구 응시생이 26만3434명으로, 사회탐구(25만5770명)보다 7천664명이 많았다. 지난해 같은 시험에선 과탐 응시생이 사탐보다 오히려 2만6천341명이 적었다.
지역에서도 이과와 문과의 수능 응시자 격차가 매년 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과 송원학원 등에 따르면, 2022학년도 수능에서 대구의 이과(과학탐구)와 문과(사회탐구) 응시자는 각각 1만2천868명, 1만1천471명으로, 이과가 1천397명이 더 많았다. 이과가 많은 응시자 차이는 2021학년도 593명, 2020학년도 265명이었다. 최근 3년간 응시생 격차가 6배 가까이 벌어진 셈이다.
대구 수성구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24년 경력의 교사 B씨는 "3학년 학급 9개 중 문과는 3개에 불과하고, 문과반은 학급당 학생 수도 점점 줄고 있다"며 "수성구 특성상 의대 등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긴 했지만, 최근엔 취업난 등으로 이과 쏠림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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