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나만의 손맛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김정운/ 21세기북스/ 2014)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린 무엇을 두고 '창조적이다'라고 하는가. 피아제는 생각의 본질을 표상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본 것을 다시 떠올려 다른 무언가로 재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적 표상을 끄집어내 모방하는 행위, 인간의 창조(創造)는 사실 창의(創意)다, 편집된.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남자의 물건'의 저자로도 유명한 뽀글머리 김정운 교수는 문화심리학자로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이다. 13년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하며 노트를 주로 쓰는 한국 학생들과 달리 카드를 쓰는 독일 학생들을 보며 편집 가능성이라는 차이를 발견한다. 그는 이러한 사회와 문화의 개념적 차이에 관한 관심으로 심리학과 문화를 엮었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편집'하는 것이 에디톨로지(editology)라고 그는 정의한다.

"그저 섞는 게 아니다. 그럴듯하게 짜깁기하는 것도 아니다. '편집의 단위', '편집의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 과정에 관한 설명이다."(7쪽)

책에서는 에디톨로지를 3가지 주제로 묶었다. 1부 지식과 문화는 인간의 주체적인 편집행위로 에디톨로지, 선택과 결합으로 엮어내는 하이퍼텍스트,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편집되는지 등을 소개한다. 2부 관점과 공간은 공간이 갖는 권력구조, 원근법의 발견이 가져온 변화 등을, 3부 마음과 심리학은 심리학의 본질과 개인이 역사에서 어떻게 편집되었고 자기편집은 무엇인지 등을 다루고 있다.

"이어령의 하이퍼텍스트적 사고는 이해 안 되는 것을 묻는 데서 시작한다."(79쪽)

"정면에서 보는 시선과 측면에서 보는 시선을 한 얼굴에 그려 놓은 '피카소. 도라 마르의 초상'과 같은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197쪽)

질문없는 삶이 가장 한심한 삶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세상에 창조의 기술이 편집이라면 발상은 궁금증이 아닐까. 창조적 사유, 관점의 해체, 구조 편집은 보고 싶은 것, 보이는 것만 보고 만족해선 얻을 수 없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은 세상의 시계와 시선에 고정해 사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혹시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쉬운 물음부터 던져본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각각 존재하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나만의 손맛으로 버무리고 싶다면 에디톨로지하자.

하승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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