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맹꽁이 너를 어찌할꼬'…대형공사장 잇단 출현에 천덕꾸러기 신세

구미 도시개발사업지에서 발견, 공사중단 및 서식실태조사
지난해 대구 도시철도차량기지 예정지 인근서도 발견
"서식지 파괴 사례가 많다는 방증, 보호 필요성 커"

지난 3일 인천항만공사(IPA)가 인천시 연수구 아암물류2단지 2단계 부지에서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인 맹꽁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발견된 맹꽁이. 연합뉴스
지난 3일 인천항만공사(IPA)가 인천시 연수구 아암물류2단지 2단계 부지에서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인 맹꽁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발견된 맹꽁이. 연합뉴스

멸종 위기종으로 보호받는 맹꽁이가 최근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개발 행위가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주먹만한 맹꽁이가 대형 공사 현장을 일시에 중단시키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맹꽁이가 자주 눈에 띄는 건 오히려 서식지 파괴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보호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라고 입을 모은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구미 괴평송림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의 서식지가 발견됐다며 사업 중단과 서식 실태 조사를 촉구했다.

괴평송림지구는 23만㎡ 부지에 공동주택 1천520가구를 조성하는 민간 도시 개발 사업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 울음소리를 통해 수컷 12마리 이상이 확인되는 등 50마리 가량이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야생생물 보호법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 맹꽁이가 발견되면 서식지를 보존하거나, 개체들을 포획해 대체 서식지로 이주시킨 뒤 관찰해야 한다.

맹꽁이의 출현으로 대형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는 흔하다. 지난해 7월에는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차량기지 예정지인 동구 봉무동에서 맹꽁이 유생이 발견돼 대구시가 서식환경 조사에 들어갔다.

앞서 2018년에는 국내 맹꽁이 최대 산란지로 알려진 달성습지에 탐방나루와 모래언덕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습지 일부를 매립해 맹꽁이 서식지 파괴 논란이 일었다.

2014년에도 대구4차순환도로 성서-지천 구간에서 달성습지를 통과하던 기존 노선이 서식지 파괴를 우려해 일부 우회로로 변경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서 2달여 만에 변태를 마친 아기 두꺼비들이 비가 내리는 틈을 타 일제히 콘크리트 비탈길을 오르며 서식지로 향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해 5월 대구 달성습지 물웅덩이에서 2달여 만에 변태를 마친 아기 두꺼비들이 비가 내리는 틈을 타 일제히 콘크리트 비탈길을 오르며 서식지로 향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맹꽁이가 많이 나오는 농림 지역에서는 1만㎡ 규모 이상 개발이 이뤄지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돼 조사 및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맹꽁이가 10월부터 4월까지 동면하고 강수량이 많은 6~8월에만 번식 등으로 활동이 도드라져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4월에는 레고랜드 사업지인 춘천 하중도에서 맹꽁이가 나와 공사가 잠시 중단됐고, 제주2공항사업도 환경부가 맹꽁이 발견을 이유로 환경영향평가 서류를 반려했다.

LH가 올해 사업 현장에서 맹꽁이 발견으로 발주한 용역비만 11개 사업장, 40억원에 이른다. 맹꽁이는 1989년 보호종으로 설정됐으며 대도시 인근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2011년 맹꽁이 등 동·식물 18종을 '해제후보종'으로 지정했다가 환경단체들에 막혀 철회했다. 현재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로는 1급 60종, 2급 207종이 지정돼 있다. 육상식물과 조류가 88종, 63종으로 가장 많고 맹꽁이를 포함한 양서류는 4종이다.

전문가들은 맹꽁이의 서식지가 광범위하더라도 발견 사례나 개체수를 고려하면 보호 필요성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저지대나 평지에 서식하는 맹꽁이 습성 상, 각종 개발에 의한 서식지 훼손과 파괴가 지속된다. 개체 수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했다.

양서류·파충류 전문가인 박대식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는 "맹꽁이 등 양서류는 다른 포유동물이나 새처럼 이동성이 크지 않아 서식지가 파괴될 때 받는 타격이 크다. 그만큼 보호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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