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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33>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김지인 동부도서관 사서

반경 66센티미터의 행복(호리카와 나미 지음/ 엠31 펴냄)
반경 66센티미터의 행복(호리카와 나미 지음/ 엠31 펴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사회 진출이 화제가 된 것도 벌써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 그 사이 소확행, 갓심비, 워라밸 등 요즘 사회의 트렌드를 나타내는 단어가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았다. 이런 단어들을 말하기는 쉽지만, 그 속의 의미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과연 나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무엇일까.

나만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할 때 만난 책이 바로 호리카와 나미의 '반경 66센티미터의 행복'이었다. 나의 '66센티미터' 내에 있을만한 것은 무엇일까. 따뜻한 커피 한 잔, 펼쳐놓은 노트와 책, 휴대전화, 안락하고 포근한 의자, 가족,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이 책은 행복은 저 너머에 있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고 얘기한다. '행복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다.

더욱이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있어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별 어려움 없이 읽고 나면, 주변을 한 번쯤 되돌아볼 계기를 마련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주변의 다른 누군가가 '소확행'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선뜻 건네 볼 수 있을만한 책이다.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면 종종 신천의 산책로를 걷는다. 운동하기 좋아진 날씨 덕분인지 밖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열심히 달리는 학생들부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 또래 청춘남녀,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행복한 감정이 피어오르곤 한다. 이렇게 걷기만 해서도 좋은데, 산책하는 행위로써 삶의 원동력을 찾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확행'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산책을 하다가 유모차를 탄 아기와 엄마를 보았다. 아기 엄마는 유모차를 밀며 계단을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를 본 중년의 어느 한 남성이 유모차를 들어 무사히 계단 위로 올려주는 것이 아닌가? 지나가던 행인의 따뜻한 배려와 서로 주고받는 웃음 속에서 나는 일상의 '소확행'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오늘도 '행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행복은 우리 주변의 일상 속에 숨어있다'고. 그럼, 오늘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으러 가볼까.

김지인 동부도서관 사서
김지인 동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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