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소설 만세

정용준 지음/ 민음사 펴냄

소설 만세(정용준 지음/ 민음사 펴냄)
소설 만세(정용준 지음/ 민음사 펴냄)

"당신이 소설을 그렇게 지킨다면 소설 역시 당신을 그렇게 지켜줄 것입니다."

2009년 등단해 8권의 소설책을 펴낸 정용준 작가의 첫 에세이집 '소설 만세'가 출간됐다. 민음사 문학잡지 '릿터'에 연재됐던 결과물에 작가의 창작 원칙과 문학적 화두, 소설을 시작하던 때의 마음을 담은 글들을 더해 완성됐다.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10여 년 전 한 동료 소설가가 책에 서명과 함께 써준 문장이 '소설 만세'였다고 한다. 소설을 쓰거나 읽는 것이 만세를 부를 정도의 일이라니. 여기서의 만세는 '좋아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손을 번쩍 드는 만세는 아닌 믿음과 용기를 다지기 위한 구호'에 가깝다. 저자는 "가끔 마침표 뒤에 나만 볼 수 있는 괄호를 열고 '소설 만세'를 집어넣은 뒤 살며시 괄호를 닫곤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얻은 것들과 배운 것들을 남김없이 꺼내 보이면서, 소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찬찬히 설명한다.

"나는 소설을 한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의 마음과 감정을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알고 확인하는 것을 넘어 알게 된 것에 책임감을 갖고 그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그를 믿고 변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을 꾸준히 쓰기(읽기) 위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소설에 대한 열정은 그저 내버려두면 사라져버린다. 계속 좋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계속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중략) 좋은 문장을 읽고 문장을 휘감고 있는 매력을 발견하고 주기적으로 감탄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쓰고자 하는 문장과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가 공산품 같은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소설가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면 나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문장으로 써 내려가는 용기도 필요하다. 완성도 높은 고전들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면서 낙담하거나 지레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계속 소설을 써 나가는 행동력"이 바로 소설가의 재능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절필하지 않을 것이다." 십수년 전 자신의 스승인 소설가 이승우의 책에서 읽은 한 문장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무겁게 다가온다. 절필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 이면에는 절필할 것이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추켜세워도 뛰지 말고, 깎아내려도 주저앉지 말아라." 마음이 요동칠 때마다 되새기는, 스승의 조언이다. 21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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