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사회 정착을 돕고자 '자립지원전담기관' 신설에 나섰지만 전담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호종료 아동이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광주에서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 A(18)군이 대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올해 초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자립지원금 700만원을 거의 다 써버리고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 18세가 되면 양육시설을 퇴소하는 대다수 자립준비청년은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구에서도 매년 90명 안팎의 자립준비청년이 사회로 나오고 있지만 생활고와 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양육시설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각 지자체에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대구시도 올해 국‧시비 4억1천400여만원을 투입해 보호가 종료된 5년 이내 청년 60명을 대상으로 사후관리와 맞춤형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문제는 전담인력 부족으로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대구시는 올 상반기 전담기관 운영을 맡을 위탁기관을 선정하고 하반기쯤 운영하기로 했지만,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돕겠다는 기관들이 선뜻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수차례 공모 끝에 대구 YWCA가 위탁기관으로 선정됐지만 이번에는 종사자 채용이 발목을 잡았다. 자립지원 업무가 전문적이다 보니 자격요건도 까다롭고 업무 기피 현상도 심했기 때문이다.
전담기관 종사자는 사회복지 또는 정신건강 자격 1, 2급과 복지 사업 2~4년 이상 경력이 필요하다. 지난 3월부터 전담기관을 본격 운영 중인 부산시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고 자격 요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대구YWCA 관계자는 "우선 채용된 직원은 2명이 대구시내 17개 아동양육시설에 있는 자립전담요원과 협업하며 전담기관 개관을 위한 사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며 "타 시도 벤치마킹을 통해 종사자 채용 시 자격요건 완화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원활한 자립준비청년 지원 및 관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담기관에는 종사자가 5명에 불과해 60명에 달하는 청년들을 모두 돌보기엔 일손이 모자라다. 자립준비청년이 자립 후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아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허다하다. 대구YWCA에 따르면 현재 전담기관 이용가능 대상자 600명 중 100여명은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영준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담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부의 공공성 확대가 더 필요하다. 발달시기의 아동의 성장을 잘 이끌고 돌보기 위해 아동,청소년 영역에 전문가 투입이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격요건 완화보다는 자격을 가진 인력에 대해 대우를 해줄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아동,청소년 지원 영역에 비전문가들이 많아 갈수록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당장은 인력 공급이 어렵겠지만 수준 높은 전문가들이 투입돼 아동자립지원에 대한 확실한 기반을 다져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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