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년 9개월 '구청 앞 장송곡' 대구 서구청 법적 조치… 무분별 시위 근절될까

청사 인근 장송곡 재생과 교통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가처분과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他 구청에도 영향 가능성

24일 오후 대구 서구청 주차장 진입로 앞에 평리7재정비촉진지구 관련 시위자들이 장송곡·투쟁가 등을 트는 승압차로 도로 끝 차선을 점령, 차량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4일 오후 대구 서구청 주차장 진입로 앞에 평리7재정비촉진지구 관련 시위자들이 장송곡·투쟁가 등을 트는 승압차로 도로 끝 차선을 점령, 차량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서구청이 청사 앞에서 1년 9개월간 재개발에 따른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간 시위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대구시청은 물론 각 구청도 최소 한 차례 이상 비슷한 형태의 장기 시위를 경험했지만, 법적 대응까지 나선 서구의 대응은 이례적이란 평이다. 이에 따라 서구는 물론 각 행정기관에서도 이번 소송이 무분별한 시위를 막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4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1민사부(부장판사 김희영) 심리로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관한 첫번째 심문이 열렸다. 서구청은 ▷청사 건물 100m 이내에서의 장송곡과 투쟁가를 재생하고 ▷국채보상로 1개 차로 차단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두 가지 행위를 금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시위자들은 심문기일을 한 차례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각됐으며, 심문은 24일 모두 종료됐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는 다음 달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시위자들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재정비 과정에서 받은 보상액이 시세와 차이가 크다며 서구청에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왔다. 이들은 자체 차량을 동원해 평일 오전 7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청사 진입로를 막은 뒤 음향기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장송곡과 투쟁가를 틀었다.

2년 가까이 울려퍼진 장송곡에 시민 불편은 컸다. 평일 출·퇴근 시간 차로 하나를 차단한 탓에 교통정체도 심해졌고,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장송곡을 따라부르며 등교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특히 많은 불편을 겪어온 학교 측이 서구청 요청에 따라 가처분 신청을 위한 피해사실확인서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 건물 중 대로변과 가장 가까운 동에 1학년 학생과 유치원이 있는데, (장송곡) 소리가 다 들린다. 매일 반복되는 소음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서구청의 이번 대응은 대구 8개 구·군 전역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른 구청도 장기 시위자로 인한 주민 민원을 한두 차례 이상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기 시위는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토지보상금이 원인이었다. 동구청 앞에서도 지난 2020년 12월부터 '신암4동 철거민대책위'라고 밝힌 장기 시위자가 구청 입구에서 투쟁가를 틀며 집회를 이어오다 올해 들어서야 중단했다.

중구청 앞에는 2020년 7월부터 2년 2개월 가까이 진행 중인 시위도 있다. 역시 서구와 마찬가지로 국채보상로 1개 차로를 막고 투쟁가를 트는데, 이곳은 편도 3차로인데다 버스전용차로여서 출근시간 심각한 교통 정체의 원인이 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시위자와 만남 성사 자체가 쉽지 않았고 의견 차이도 좁히지 못했다. 시민들이 소음이나 교통 불편으로 민원을 가끔 넣지만 구청 차원의 제재가 어렵고, 현재로서 뚜렷하게 해결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대구 서구청 주차장 진입로 앞에 평리7재정비촉진지구 관련 시위자들이 장송곡·투쟁가 등을 트는 승압차로 도로 끝 차선을 점령, 차량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4일 오후 대구 서구청 주차장 진입로 앞에 평리7재정비촉진지구 관련 시위자들이 장송곡·투쟁가 등을 트는 승압차로 도로 끝 차선을 점령, 차량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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