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한전, 대구혁신도시 중소기업-케이메디허브 상대로 ‘시설부담금’ 소송전

전기간선시설 지중화 공사비 한전이 LH 대신 50% 부담
한전, 입주기업·기관 상대로 부담금 추가 청구소송
중소기업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 반발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연합뉴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대구혁신도시 중소기업 4곳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케이메디허브)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혁신도시 건설 당시 전력공급에 필요한 시설 공사비를 모두 부담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뒤늦게 한전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 공사비 절반을 받아낸 게 소송의 발단이 됐다. 갑자기 소송을 당한 중소기업과 케이메디허브 측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각각 케이메디허브와 대구혁신도시 의료R&D지구 중소기업 4곳을 상대로 시설부담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설부담금이란 전기사용자가 한전의 전기공급설비를 이용해 전력을 사용할 경우 시설 공사비 일부를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을 뜻한다.

사건의 발단은 대구혁신도시 조성 당시 전기간선시설 지중화 공사비 분담 비율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공사비는 사업시행자인 LH가 100% 부담했다. 그런데 지난 2017년 LH가 한전을 상대로 택지개발예정지구와 혁신도시개발예정지구로 중복 지정된 경우(울산우정혁신도시) 전기간설시설 비용은 한전이 50%를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고,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구혁신도시도 울산혁신도시와 마찬가지로 두 지구가 중복된 곳이라 한전이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한전은 공사비 총액 약 500억원 중 절반 가량을 LH에 건네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전은 대구혁신도시 입주기업과 기관에 지중화 공사비를 LH가 모두 부담한다는 전제로 '표준'보다 적게 부담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한전이 공사비 절반을 부담하게 되자, 한전은 '표준'대로 받아야 한다며 그동안 받지 않은 부담금을 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일단 법원은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8일 대구지법 제11민사부는 한전이 케이메디허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케이메디허브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케이메디허브 관계자는 "총액 약 5억원 중 납부기한 소멸시효(5년) 분을 제외하고 약 1억9천만원을 내라는 법원 판단을 받았다"면서도 "10여 년 전에 고지한 대로 냈던 부담금을 이제 와서 더 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내부 논의를 거쳐 항소하겠다"고 했다.

의료R&D지구 입주기업들도 반발하고 있다.

의료RD지구 입주기업 관계자는 "소송 대상이 된 중소기업 4곳은 이미 변호사 선임료 수백만원을 들여가며 대응하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과 돈이 들지 모르겠다"며 "귀책사유가 기업에 있다면 몰라도 내라는 대로 냈을 뿐인데 LH와 한전의 관계로 부담금을 더 내라는 건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시설부담금 청구는 혁신도시 내 입주한 기업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현재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상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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