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평취수장 협정' 사실상 파기 수순… 대구시-구미시 입장차 재확인

24일 협정 해지 관련 첫 관계기관 협의
숙려기간 갖기로 했으나 사실상 협정 효력 상실 수순
대구시, 기존 해지 입장 그대로
구미시, 해평취수원 상류 이전 검토해야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권기창 안동시장이 11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 접견실에서 면담을 갖고 안동댐 물을 대구 식수로 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매일신문DB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권기창 안동시장이 11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 접견실에서 면담을 갖고 안동댐 물을 대구 식수로 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시와 구미시의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을 골자로 한 '맑은 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정' 해지와 관련한 첫 협의가 24일 열린 가운데, 대구시-구미시간 입장차가 재확인되면서 사실상 해지 수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시가 구미시와의 협정 해지를 재차 공식화한 것은 물론 안동시와 안동댐 물사용에 관한 논의까지 시작한 만큼 사실상 협정은 효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계기관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대회의실에서서 협정 해지와 관련한 1차 협의를 가졌다.

물 문제를 둘러싼 핵심 이해당사자간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첫 협의로 환경부와 대구시, 구미시, 경상북도를 비롯해 국무조정실, 한국수자원공사까지 참여 기관이 확대돼 협의가 열렸다.

협의에서 대구시는 구미시와의 협정 해지를 재차 공식화하고 정식 공문 발송까지 마친 데 따라 '협정 해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구미시는 취수원의 구미보 상류 이전을 전제로 '협정을 유지하거나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환경부와 국조실, 수자원공사 등 정부 측은 협정에 따른 '낙동강 유역 안전한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기존 협정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환경부는 이날 당장 협정 해지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일종의 숙려기간을 갖고 더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숙려 기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론 등을 통한 발언은 자제하기로 했다.

대구시와 구미시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갈등 봉합을 위한 여지도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해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으나, 앞서 '협정 당사자가 협정 파기를 결정하면 협정서상에 따른 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날 숙려기간과 추후 협의 일정도 잡지 못한 데다 이미 대구시의 협정 해지 의사가 확고하고 안동시와 다른 대안도 찾고 있는 만큼 협정은 사실상 효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구미시와의 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안동댐·임하댐에서 영천댐·운문댐까지 도수로를 연결해 원수를 공급받아 취수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날 협의가 끝난 뒤 "지금까지 낸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 (협정 파기는) 불가역적 상황으로, 구미하고는 더 이상 얘기할 것도 협의할 것도 없다"며 "맑은물 협정 해지는 합의가 아니라 협의 사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취수원 이전 갈등을 둘러싸고 수십년간 이어져 온 대구시와 구미시 간 지지부진한 입장 조율이 또다시 반복되는 등 원점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구미시 관계자는 "지난 4월 협정서는 급박하게 진행돼 구미시의회나 시민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여론 수렴 부분에서 상당한 결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구와 구미시민이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을 당연한 기본 권리이자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라며 "구미시는 언제라도 낙동강 수질개선과 안전한 먹는 물 공급을 위해 중앙부처, 경북도, 대구시 등과 소통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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