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지부진한 ‘방폐물 과세’, 희생만 강요하고 지원은 외면해서야

원자력발전소 소재 지자체의 숙원 현안인 '방사성폐기물 과세' 논의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과세 근거 마련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19대,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지지부진하다. 지역 원전 주변 주민들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절실하다.

김석기(경주)·박형수(영주영양봉화울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과 8월 각각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원자력발전소 내에 임시로 저장돼 있는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 저장 주체에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지자체와 주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탈원전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방폐물 과세'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 부처는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 등과 중복되고 증가한 세수만큼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원전 입지에 따른 피해는 지역이 떠안고, 값싼 전기료 혜택은 수도권이 누리는 구조는 깨뜨리기 어렵다는 논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경북도가 연간 1천500억 원 세입 확보를 기대하며 관련 세금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매년 과세할 수 있다. 경북도는 행안부와 산자부에 적극적으로 과세 신설을 요청할 방침이다. 긍정적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지역 원전은 사실상 방폐장 역할을 하고 있다. 자칫 핵폐기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진다. 경북을 비롯해 국내 원전 소재 지역은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후핵연료봉' 보관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합당한 지원은 외면한 채 원전 지역에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어 개탄스러울 뿐이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으로 어려움을 겪은 지역민을 위해서라도 방폐물 과세 법안 통과는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