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90년대 대구에서 실내건축(인테리어)의 한 흐름을 주도한 박재봉(朴載鳳) 디자이너(전 헨디환경디자인 대표)가 23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고 박인학 월간인테리어 발행인 등 지인들이 24일 전했다. 향년 83세. 2017년 가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투병해왔다.
1939년 2월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고, 서라벌예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64∼1968년 경산 하양중학교 미술 교사로 일했다. 학교를 그만둔 뒤 1969년 대구 중구 포정동의 '금맥다방'을 시작으로 대구 인테리어를 뒤바꾸어놓기 시작했다. 원두커피전문점 '늘봄', 반월당 화방골목 '풀하우스', 동성로 '뉴욕피자, '한마음선원 대구지원', 락 앤 재즈카페 '올드블루', 모던찻집 '다천산방, 담배창고를 닮은 레스토랑 '나무@906' 등이 그의 작품이다. 대구 포정동에 '헨디환경디자인'을 설립한 뒤 1970년대에 일찌감치 인테리어에 환경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4년 제1회 한국인테리어디자이너협회(KOSID) 작품상을 받았다.
대구신문이 2017년 고인이 쓰러졌을 때 "'대구 문화예술의 전성기는 60년대 중반기부터 70년대 중반 10년 세월 절정에 달아올라, 80년대를 풍미하며, 90년대 박재봉의 은퇴 시기였던 IMF와 함께 무너졌다'는 말이 있다"고 적었을 정도.[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5759]
고인에 관한 글을 여러 편 쓴 건축가 김규형(MIT 대표)씨는 "인테리어 개념조차 없이 일본식 한자어인 '의장'이나 '디자인사(師)'라는 말을 사용할 때 실내건축에 관한 한 무에서 유를 창조한 분"이라고 말했다.
소록도 봉사 단체(참길회)와 인연을 맺고 소록도 생활자료관(설계·시공), 소록교회(기본계획) 건축을 도왔고, 경남 산청의 민들레 공동체마을 등 지리산 일대 공동체 생태건축에 재능을 기부하기도 했다.
두 차례 사진전을 연 사진가이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伊丹潤·한국명 유동룡·1937∼2011)과 교류하며 2004년 그의 도움으로 도쿄와 서울에서 사진전을 연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대구에서 사진전을 개최했다.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에 1996년 이타미 준과 함께 경주 여행을 함께 할 때 찍은 영상을 제공하기도 했다.
박인학 발행인은 "(고인은) 대구 디자인 문화의 전성기였던 1970∼1990년대에 핀 가장 화려한 꽃이셨고, 서울 디자이너들도 그의 예술혼을 찾아 고개를 숙였을 정도"라며 "또 한 분의 큰 어른이 떠나신 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대구 중구 계산성당 장례식장 제2연도실에 마련됐고, 25일 오전 9시30분 장례미사(대구 남구 성바울로성당)를 거쳐 군위 가톨릭 묘원에 안장된다. ☎ 053-256-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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