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부동산시장 개선 방안

김영욱 전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장

김영욱 전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장
김영욱 전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장

대구 내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침체된 경기의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대출 규제 및 전매 제한 해제, 민간 임대 사업자 등록제 부활 등 여러 가지 대안적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7월 말 기준 8천여 호에 달하였고 이윽고 1만여 호가 미분양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하니 앓는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보다 더 심한 진통을 겪은 시기도 있었으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은 2008년 전후의 부동산시장이다.

당시 미분양 물량이 2만6천여 호에 달한다고 회자되었지만 실제로는 3만5천여 호에 이르렀고, 이는 착공 미분양이 아니라 준공 후 미분양이라는 악성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는 이를 두고 불이 켜지지 않는 아파트라 불렀다.

온갖 처방에도 약발이 없자, 놀란(?) 건설사에서는 동분서주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료 확장, 할인 판매, 땡처리, 대물 지급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체된 물량을 처분하려 하였고, '미분양 아파트 공동 구매'라는 방법이 이슈화되어 일부를 소진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급기야 통매각이라는 극약 처방을 함으로써 자본가들의 이익을 보장(?)하기까지 하였다. 이에 대다수 수분양자는 형평성을 잃은 할인 판매에 시위를 했고, 욕설에 가까운 항의 현수막과 단체소송이 줄을 잇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러한 시기도 헤쳐 나온 터에 필자는 1만여 호에 달할지도 모를 현재의 미분양 물량이 이전처럼 악성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해 본다.

물론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 대외적인 요인이 버티고 있고, 디플레이션 우려와 물가 상승, 가처분소득의 하락 등 3고 위기론 확산의 대내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형국이라서 보기에 따라 낙관적으로 볼 여지는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을 반전의 카드는 없는 것일까. 필자는 '세상은 경험된 방식으로 돌아가다가 특별한 아이디어가 나타나면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는 누군가의 글귀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언제부턴가 써먹던 말인데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급자는 정부의 지나친 부동산시장 간섭에 목매고 있을 것이 아니라 냉랭하게 식어 버린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을 것인지, 수분양자층의 관심을 어떻게 하면 유발해 분양을 받도록 할 것인지 점검해 볼 의향은 없는 것인가. 구태의연한 분양 수법으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해 보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근본적 문제를 들여다볼 자세는 되어 있지 않은 것인가.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수분양 예정자나 대기 수요자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전처럼 할인 판매나 땡처리, 통매각을 탈출구로 여겨 수요자를 외면한다면 분양자 그룹은 실리도 명분도 다 잃어버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분양사의 할인 판매 경쟁은 그 성과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수분양자에게 오히려 더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만 심어 주고 있음을 직시하여 분양자나 수분양자 모두가 역발상의 기회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침체된 지역 부동산 경기 회복과 미분양 아파트 물량 해소라는 짐을 완전히 벗어 버릴 방안을 찾아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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