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사활 건 경북 구미시

수출도시 구미 위상 떨어져 모멘텀 필요, 반도체 기업 123곳 밀집 등 필요·당위성 충분한 구미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SK실트론 구미3공장 300mm 실리콘(Si) 웨이퍼 제조시설에서 직원들이 작업에 여념이 없다. SK실트론 제공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SK실트론 구미3공장 300mm 실리콘(Si) 웨이퍼 제조시설에서 직원들이 작업에 여념이 없다. SK실트론 제공

김장호(오른쪽) 구미시장이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SK실트론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구미시 제공
김장호(오른쪽) 구미시장이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SK실트론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구미시 제공

내륙 최대 수출도시 경북 구미시가 정부의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구미는 수년 전부터 대기업 사업장의 '탈(脫) 구미 현상' 가속화 등으로 수출도시 위상이 갈수록 추락, 위기감이 높아져 구미경제 재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탓에 구미시와 지역 경제계는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사활을 내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구미는 반도체 관련 기업이 123곳이나 밀집하고 관련 매출액이 12조원을 넘는 등 국내 최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기지여서 그 당위성도 충분하다.

◆왜 구미인가?

구미시가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지역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구미는 1970~2010년까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지만 대기업 사업장의 해외·수도권 이전 등 '탈구미' 가속화로 지금은 벼랑 끝에 선 상황이다. 구미는 1970~2020년까지 50여년 간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수출 실적 1~2위를 기록하며 내륙 최대 수출 기지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지난해는 3위, 올해(1~6월) 실적은 7위로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 중심인 경기도 이천·화성·평택·용인 등 수도권 지역이 바짝 추격해 7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수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액 690억1천만달러(올해 상반기) 중 수도권 지역이 629억3천만달러로 91.2%를 차지한 반면 구미는 13억3천만달러로 1.9%에 불과해 정부가 반도체 지원 전략을 지방에 할애하지 않을 경우 '수출도시 구미'의 명성은 완전히 무너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구미산단의 운명은 반도체에 달려 있다는 분석들이 지역 경제계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또 수도권 중심으로 기울어지는 정부 정책이 분명한 역차별이어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 일정 부분이 반드시 지방에 할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당위성

구미산단에는 SK실트론·매그나칩반도체·원익큐엔씨 등 반도체 관련 기업 123곳이 밀집하고, 반도체 관련 매출액이 한해 12조원을 넘는 등 구미는 국내 최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기지이다.

또 최근엔 SK실트론이 반도체 웨이퍼 공장 증설을 위해 구미에 1조495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추가 투자를 구체화하고 있다. 또 LG이노텍, ㈜원익큐엔씨 등 반도체 분야 대규모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특화단지 지정요건에는 ▷수도권 외의 지역 우선 고려 ▷전략산업 관련 기업이 집단적으로 입주해 있거나 관련 투자 또는 기술개발 추진 기업이 있는 곳 등으로 명시돼 있어 구미는 법적인 지정요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염원하는 현장의 목소리

이영석 SK실트론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오는 점은 고무적이나 반도체 제조기업 지원에 집중되는 상황이다. 국내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구미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부장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봉진 ㈜원익큐엔씨 본부장은 "구미는 반도체 기업이 밀집해 있고, 대규모 국가산단을 보유해 즉시 입주 가능한 점 등 메리트가 좋아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여건을 충분히 갖췄다. 특히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인재 육성 지원이 강화돼 지역 인재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권 금오공대 기획협력처장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칩메이커를 수요기업으로 후방에서 장비·소재부품 기업이 필요 부품과 장비를 공급하는 구조다. 칩메이커와 장비기업은 공동개발의 이슈가 있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긴밀하게 협력하는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소재부품 기업은 칩메이커 기업 근처에 있어야 할 이유가 상당히 적다. 구미산단에 반도체 소재부품 주력 기업이 100곳 이상 밀집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미산단은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이 밀집한 국내 유일의 국가산단인 만큼 반드시 반도체 특화단지를 구미로 지정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수도권과 지방과의 격차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에 특단의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구미가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정부의 반도체 발전전략에 반도체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구미는 소외됐다. 국가균형발전과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구미를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구미시의 유치 전략

시는 최근 반도체 전문가 TF를 구성하고, SK·LG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인과 금오공대 등 석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 관련 포럼·세미나 개최, 경북과 반도체 동맹 결성 등으로 구미가 왜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돼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특히 김장호 구미시장은 특화단지 유치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로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 매고 구미의 반도체 관련 기업체를 연이어 방문하는 것을 비롯해 서울로, 세종으로 뛰어 다니며 온 힘을 쏟고 있다.

유력 인사들도 최근 구미를 잇따라 방문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일 구미상의 조찬 특강에서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등 경북의 주요 현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도 지난 18일 구미산단 내 SK실트론과 ㈜원익큐엔씨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을 잇따라 방문하며 힘을 보탰다.

◆반도체 특화단지는?

정부는 최근 'K-반도체 벨트'를 핵심으로 하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인프라 구축 지원 등으로 기업이 5년간 반도체 분야에 340조원 이상 투자하도록 했다.

또 반도체 특별법으로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하며 반도체 분야 전략산업의 육성, 특화단지 지정 등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특화단지 지정 ▷기반시설 구축비 지원 ▷핵심 규제 완화 등 반도체 분야 기업 투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도로·가스·용수·전기·집단에너지공급 및 폐수처리 시설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을 지원한다.

이 법은 지난 4일 시행돼 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일정 등 가이드 라인을 이미 제시했다. 현재 구미를 비롯해 광주, 강원도, 인천 등이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무총리 주재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9~10월 중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오는 11월까지 수요 조사를 거쳐 올해 연말이나 내년 1월 중 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김장호 구미시장, 곽호상 금오공대 총장 등이 최근 구미산단 내 ㈜원익큐엔씨를 찾아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김장호 구미시장, 곽호상 금오공대 총장 등이 최근 구미산단 내 ㈜원익큐엔씨를 찾아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의지를 다지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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