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청도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청도군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청도에만 126개의 커피전문점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 청도 내 일부 카페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찍기 좋은 카페'로 소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래서 청도군청은 다양한 카페 체험과 카페 위치와 관광지를 연계한 '청도 카페여행 지도' 제작, 카페 음악회 개최 등 청도 내 카페를 관광산업의 한 요소로 키우는 중이다.
청도의 카페들 중 많은 숫자가 청도읍성과 청도와인터널이 위치한 화양읍에 자리잡고 있는데 청도읍성 옆 '꽃자리'는 청도읍성 주변 15개 안팎의 카페들 중 '터줏대감' 격이다. 문 연 지 12년 된 이 카페는 슬쩍 보기에는 소박한 멋이 있는 한옥카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무궁무진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 힐끗힐끗 들여다보다 자연스럽게 입장
청도읍성 동문주차장 옆에 위치한 '꽃자리'는 간판이 그리 크지 않아 자칫 차를 타고 가다보면 놓칠 수 있다. 동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면 그 옆에 정원이 잘 가꿔진, 대문이 없는 한옥집이 한 채 있는데 그 곳이 '꽃자리'다.
한옥과 각종 나무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도읍성을 둘러보고 돌아가려던 관광객들은 그 모습에 핸드폰 카메라를 켜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담장 너머로 사진을 찍던 관광객들 중 안에서 커피와 음료 등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순간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음료를 주문하고 나서도 손님들의 촬영은 멈추지 않는다. 한옥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예쁘게 핀 꽃들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기를 멈추지 않는다. 한 가족손님은 카페 통창을 통해 카페 주변에 가꿔진 정원을 감상하기도 했다. 이 손님은 "오랜만에 가족과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이 행복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 주인장이 직접 지은 한옥
'꽃자리'를 운영하는 이태호·장영순 부부는 "사실 카페 이름을 처음에는 '꽃밭에서 노닐다'라고 지으려 했는데 너무 긴 감이 있어서 '꽃자리'라고 지었다"며 "짓고 나니 시인 구상의 '꽃자리'라는 시가 있어서 우리 카페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한옥 건물은 총 2채인데 입구에 있는 큰 건물인 '끽다헌'과 뒤에 있는 '청향정사'로 구성돼 있다. '끽다헌'은 말 그대로 '차 마시는 곳' 이라는 의미고 '청향정사'는 '맑은 향기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카페는 장영순 대표가 관장하고 정원을 가꾸는 건 남편인 이태호 대표 몫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 고색창연한 느낌이 있는 이 한옥은 이태호 대표가 직접 지었다. 원래 축산업을 했던 이 대표는 자녀를 다 키우고 난 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보자'는 생각에 청도읍성 인근 땅 약 2천평(약 6천611㎡)에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옥의 경우 이 대표가 직접 한옥 건축을 가르치는 곳에서 직접 배워 와 지었다고. 이 대표는 "12년이 지나니 한옥이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 주변 경관과 어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하이라이트는 정원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꽃도 좋아했던 이 대표는 그 땅에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 지금의 정원이다. 그러던 중 청도읍성 주변이 관광지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 대표의 정원도 함께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다. 알음알음 이 대표의 정원을 찾아 오던 사람들을 위해 쉴 공간을 마련하려고 만든 것이 지금의 '꽃자리'다. 이 대표는 "돈을 생각하고 만든 공간은 아니었고 그저 내가 해 보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시작한 공간"이라며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정원을 감상하는 것이 정원을 가꿔 온 사람을 위한 예의겠지만 이 대표는 "늘 열려있는 공간"이라며 그냥 구경을 와도 상관없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다.
정원은 카페 건물 뒤쪽에 있다. 카페 통창을 통해서 커피와 음료를 즐기며 정원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감상법이지만 진짜 감상법은 직접 정원을 거닐어보는 것이다. 지금 카페 정원에 가면 수국이나 상사화가 끝물이지만 아직 천일홍과 메리골드 같은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 한옥과 정원 곳곳에는 민화 풍의 그림과 시가 함께 있는 그림들이 있는데 미술을 전공한 딸의 작품이라고.
정원 곳곳에는 사진을 찍을 만한 공간들이 있다. 정원에 난 오솔길을 걷다 보면 작은 연못도 있고 너무나도 다양한 식물들이 손님을 맞는다. 이 대표는 "한 400여종의 식물을 심었는데 세다가 잊어버려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을 거닐다보면 정원을 관리하는 순박한 인상의 이 대표를 만날 수도 있다. 만나게 된다면 정원에 심어진 꽃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봐도 좋을 것 같다.
꽃이 피는 5월부터 가을에 접어드는 9, 10월까지가 '꽃자리' 속 정원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간이다. "5월만 돼도 이 곳은 꽃 천지가 된다"는 이 대표는 "추석 전후로 코스모스와 꽃무릇 등이 피면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철 맛 볼 수 있는 팥빙수
'꽃자리' 또한 여느 카페처럼 커피를 판매한다. 기본적인 아메리카노와 라떼 등이 있고, 2인 이상 주문 가능한 다양한 종류의 잎녹차도 준비돼 있다. 겨울이 되면 단호박죽도 판매한다고 하니 겨울에 가도 다양한 음료와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메뉴는 단연 '팥빙수'다. 인터넷 검색창에 '청도 꽃자리'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메뉴이기도 하다. 놋그릇에 수북히 쌓인 얼음, 그 위에 쌓인 넉넉한 양의 팥과 그 위를 수놓은 찹쌀떡과 감말랭이에 화룡점정으로 올린 작은 꽃 한 송이가 사진을 찍기에도 너무 예쁜 모습이다.
실제 맛 또한 독특하다. 다른 곳에서 먹는 팥빙수는 얼음 위에 올라가는 팥의 단맛으로 먹는다면 이 팥빙수는 팥의 단맛이 살짝 질리려할 때쯤 감말랭이의 쫄깃하고 살짝 새콤한 맛이 무심한 듯 툭 들어온다. 그렇게 팥의 단 맛과 감말랭이의 쫄깃함을 함께 즐기다 보면 어느순간 그릇은 다 비워져 있다.
장영순 대표는 "청도가 감으로 유명하다보니 감으로 뭔가를 해 볼까하는 생각에 나온 메뉴"라며 "청도 반시로 만든 감말랭이를 팥빙수 위에 올려보니 맛도 있었고 손님들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팥빙수는 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사계절 메뉴다. 팥빙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일수도 있다.
◆ 음악회도 열리는 카페
꽃이 절정인 5~9월에는 카페 앞마당에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이 음악회는 클래식과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 대표와 잘 아는 지역의 공연 관련 전문가와 함께 공연을 만든다고 한다.
이 대표는 "9월 둘째 주가 추석인데 그 때도 공연이 열린다"고 말했다. 청도가 고향이라면 한 번 쯤 시간을 내서 가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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