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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대구경북연구원 분리"…대구시·대경연 "금시초문"

대구 남구 계명대 대명동캠퍼스에 자리한 대구경북연구원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남구 계명대 대명동캠퍼스에 자리한 대구경북연구원 모습. 매일신문DB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5일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설립한 대구경북연구원을 분리하고 자체 연구원을 설립할 뜻을 밝히자 대구시와 대구경북연구원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이날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이 지사 발언과 관련해 "금시초문"이라면서도 "연구원은 분리와 관련해 의사 결정을 할 입장이 아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이사회가 어떻게 결의하든 '시·도민 삶의 질을 개선'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경북연구원 이사장이 이 지사이고, 유 원장을 임명한 이도 이 지사인 만큼 원론적인 선에서 말을 아낀 것이다.

대부분 연구원 구성원들은 관망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전과 다른 분위기라는 반응이다. 경북도청이 안동·예천으로 옮긴 이래 수차례 연구원 분리 요구가 제기됐으나 경북도지사가 공식 석상에서 직접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 무게감이 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위에서는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날벼락같은 소식"이라며 "그동안 여러 차례 분리 요구가 있었고, 경북도의회에서 연구원 운영지원비 삭감 등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발언은 화자도 전과 다르고, 강도 면에서도 유례없이 강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도권은 서울과 경기라는 행정 경계가 아닌 시장 단위로 움직이고 있는데 대구경북이 스스로 경쟁력을 잃는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1991년 대구경북연구원 설립 때 경북도와 함께 출연한 대구시도 이 지사가 공언한 경북연구원 독자 설립 방안에 대해 "아직 검토해보지 못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경북연구원은 조례 개정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해산하고서 재설립하는 방식으로 분리가 가능하다"면서도 "분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고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와 경북연구원으로 분리되더라도 기존의 지역 개발 과제 및 정책 대안 연구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구경북연구원이 그동안 한뿌리상생위원회 등 대구경북의 상생 협력 사업 발굴과 자료 수집, 정책 대안 마련 등에 큰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구와 경북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다는 것이다.

전국 광역 지자체 가운데 공동으로 연구원을 설립, 운영하는 곳은 대구경북연구원과 광주전남연구원, 대전세종연구원 등 3곳이 전부다.

대구시 관계자는 "그동안 대구경북연구원이 지역 정책 마련에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북도와 협의를 거쳐 대구경북을 분리하는 방안이 타당한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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