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시 역사기록물 공모전 1등, 알고보니 영덕 농촌풍경 '망신'

"사진에 '영덕 옛지명' 써있는데 걸러지지 않고 1등 선정 황당"
市 로고 붙여 홍보 뒤늦게 중단…"지역민이 출품, 의심 못했다"

경북 상주시가 로고까지 부착해 홍보하고 있는 상주역사기록물 공모 1등 작품. 실제로는 영덕 농촌풍경을 알리는 역사기록물이다. 사진 배경이 된 건축물(창고) 벽 우측으로부터 한자로
경북 상주시가 로고까지 부착해 홍보하고 있는 상주역사기록물 공모 1등 작품. 실제로는 영덕 농촌풍경을 알리는 역사기록물이다. 사진 배경이 된 건축물(창고) 벽 우측으로부터 한자로 '寧海繩叺組合'(영해승입조합)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붉은 원안) 있다. 과거 영덕의 볏짚 가마니를 수매하는 조합이라는 뜻이다. 상주시 제공

경북 상주시가 선정해 발표한 '상주역사기록찾기 공모전' 1등(최우수상) 작품이 알고 보니 영덕의 옛 농촌 풍경을 담은 사진으로 밝혀졌다.

상주시는 이 작품에 시 로고까지 붙여 홍보했다 부랴부랴 홍보를 중단하고 이 기록물의 선정을 취소할 예정이다.

이번 해프닝은 상주시가 지난 4월 11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국민을 대상으로 '제2회 상주역사기록찾기 공모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상주역사 관련 기록물을 수집해 후대 기록문화 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해 진행한 이 공모전에는 254점의 기록물이 접수됐다.

상주시는 지난 22일 민간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볏짚 가마니를 수매하고 있는 농촌풍경'을 담은 사진을 1등인 최우수작으로 뽑는 등 모두 24개 작품을 선정, 발표했다.

문제는 상주시가 최우수작으로 선정한 사진의 실제 배경이 상주가 아니라 경북 영덕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망신을 당한 것이다.

사진의 배경이 된 건축물(창고) 벽에는 우측으로부터 한자로 '寧海繩叺組合'(영해승입조합)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데, 영해는 지금의 영덕군이 1914년까지 사용했던 옛 지명이다. 새끼줄 '승'자와 가마니 '입'자를 풀이하면 과거 영덕의 볏짚 가마니를 수매하는 조합이라는 뜻이 된다.

이런 가마니 수매조합은 당시 지역마다 해당 지역 명칭을 일관되게 사용했으며 상주에도 있었다.

상주의 볏짚가마니 수매조합은 '상주승입조합'이란 명칭으로 1920년 7월13일 지금의 상주역 부근에 생겨났다는 기록이 매일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상주역 부근에 거주하는 80세 이상 고령자들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사진의 모습은 '상주승입조합'이 분명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한 상주시민은 "사진에 '영해'라고 대문짝만한 글씨가 명확히 보이는데도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걸러지지 않고 상주 역사기록물, 그것도 1등으로 뽑혔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상주시 측은 "출품자가 상주시민이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고 상주지역에 가마니를 수매했던 사진이 남아있질 않아 비교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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