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최근 벌어지는 일은 본질적으로 집권 여당 내의 권력투쟁이다. 역대 모든 정권에서 집권 초기에는 유사한 권력투쟁이 있었다. 다만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해결해 왔기 때문에 국민이 모른 채 지났던 것뿐이다. 작금의 권력투쟁은 자해 수준을 넘어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하는 국민도 있을 정도로 지나치다.
'내부 총질' 문자 노출 이후에 벌어진 비대위 구성은 그 어떤 명분도, 도덕성도 찾을 수 없다. 당 대표 축출을 목적으로 비상 사태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당내에서도 일찍부터 이 문제가 지적되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지도부 총사퇴와 원내대표를 다시 선출해서 새 원내대표에게 지도부 구성권을 일임해 당 대표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 비대위를 꾸리는 것이 법적 분쟁 없는 상식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날 최재형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고위원의 자진 사퇴로 비상 상황을 야기하여 언제든 자의적으로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당원민주주의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모두 이번 가처분 판결의 요점과 같다.
국민의힘은 비대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되지만 비대위 자체는 적법하다고 한다. 국민을 뭘로 보고 그런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가. 정치는 권력을 향한 투쟁이지만, 민주주의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명분과 도덕성을 상실한 세력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스스로 돌이켜 보라. 집권 후 100일이 지나도록 통치의 비전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주제에 알량한 권력을 독식하겠다고 당 대표와 대통령 측근들이 서로 싸운 것 아닌가. 그러니 25%의 지지율도 과분한 것이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도 도긴개긴이다. 대선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공이 있었지만 후보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 위에 군림하려는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했고, 내부 갈등이 있을 때마다 당무 거부를 통해 자당의 대통령 후보 지지도를 갉아먹었다. 자신을 중심으로 정치가 돌아가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관종의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그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遠因)이었다. 말 잘하는 작은 재주로 사태를 악화시켰고, 덕이 없어 주변 사람들을 감화시키지 못했다. 문자 그대로 재승박덕(才勝薄德)의 전형이었다.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 지금은 작은 승리에 기뻐하겠지만, 멀리 보면 한국 정치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었다.
보수주의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상황에 울화통이 터지지만 그래도 해결책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앞으로 나가야 하니까. 그래야 국민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니까.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당헌 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를 구성하겠다고 의결했다. 비대위 구성의 원인이 되는 비상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판결하니 아예 당헌(헌법)과 당규(법률)를 개정해 애초에 의도한 바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태의 총체적 책임이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는 비대위 구성 후 다시 논의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가.
지금은 이 전 대표와 권 원내대표 측 모두 즉각 물러나야 한다. 윤리위는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이 전 대표의 사퇴로 갈음할 수 있도록 재의결하고, 권 원내대표도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시 사퇴해야 한다. 이후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그를 중심으로 임시 지도부를 구성한 다음 정기국회 후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탄생시키는 것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전 대표를 포함한 누구라도 지도부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당은 물론, 이준석, 권성동 두 정치인이 살 수 있는 길이다. '필생즉사'(必生卽死)라는 말도 모르는가.
대의명분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는 결코 국민을 설득할 수 없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정치가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과 대선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보수주의가 잘못돼서가 아니라 보수를 참칭하는 몰지각한 정치인들 때문에 보수 정치가 죽어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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