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특히 경제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경제 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물쭈물하다가 과열을 부추기거나 침체를 가속화하기 십상이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대구는 6만3천273호의 입주가 예정되어 있다. 내년에는 대구의 연간 적정 공급 수요 1만2천 호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많은 3만5천 호가 입주한다. 통계 입주예정물량에는 30가구 이상 공동주택만 포함되어 있고, 주거용 오피스텔 입주 물량도 빠져 있다. 실제 대구의 주택 공급 과잉은 통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집값 폭등에 따라 집을 사려는 수요는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경우도 향후 연간 입주예정물량이 3만7천100호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아파트 준공 실적 4만4천500호보다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도권 인기 주거지에서조차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는 '역(逆)전세난'이 우려된다고 한다. 대구의 부동산 시장이 단순 하락세를 넘어 최악의 폭락과 침체가 예견되는 이유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세에 따라 지난 6월 대구 전역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성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고, 주택 전매제한 등의 규제도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 시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구를 포함한 일부 지역은 집값 대폭락과 장기 침체를 걱정하는 단계에 이미 접어들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안정세가 확고한 지역에 대한 규제 지역 추가 해제 등을 포함한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너무 늦지 않게 '실행'에 들어가 부동산 거래 절벽과 침체로 국민이 겪을 고통을 줄여줄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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