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 기업인] 나주영 제일테크노스 회장…"포항 없었다면 나도 존재 못해"

포항기업이라는 자부심, 100년 기업 꿈꾼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가고싶다"

나주영 제일테크노스 회장은 직원들보다 먼저 사무실에 나와 하루 일과를 꼼꼼히 챙긴다.
나주영 제일테크노스 회장은 직원들보다 먼저 사무실에 나와 하루 일과를 꼼꼼히 챙긴다.

나주영(67) 제일테크노스 대표는 '회장'이라는 직함보다는 '이사장'으로 친숙하다.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직을 오랫동안(2010~2019년) 맡다 보니, 여전히 그를 이사장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올해는 포항시 초대 민선 체육회장과 법무부 범죄예방 포항지역 협의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기관에서 맡은 수장만 이력서 한 장은 빼곡히 채우고도 남는다.

화려한 이력의 배경에는 지역에서 보내는 두터운 신뢰도 있지만 무엇보다 감투 욕심보다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30년 넘게 오직 철강에만 전념해온 나 회장은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루의 시작은 현장을 둘러보는 일부터 시작한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회사로 출근한 그를 만났다.

-간략하게 회사 소개를 한다면

▶1971년 창립한 회사는 건축과 조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소는 포항, 서울, 경주, 광양, 베트남 등에 15곳이 있다.

건물을 지을 때 쓰이는 '데크플레이트(바닥판)' 등으로 1천500억원, 선박을 만들 때 가장 기초적인 작업인 선박기자재 제작으로 500억원 등 모두 연간 2천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0년 지역 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나 회장이 오너 경영인으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올해는 영업성과가 좋아 창사 이후 가장 좋은 매출이 기대된다.

-회사 대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에서의 활동도 많은데, 바쁜 스케줄을 어떻게 관리하나

▶잠들기 전 혹은 운동하며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할 일을 세밀하게 나눈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여 되도록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주고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회사에서든 지역사회에서든 가장 중요한 건 현장이라고 생각하고 될 수 있는 데로 얼굴을 자주 내비친다. 그럼 안 되는 일도 잘 풀려 계획한 일이 큰 무리없이 처리된다.

-경영철학과 회사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뭔가

▶동주공제(同舟共濟), 우린 한 배를 타고 목표 달성을 위해 멀리 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가 아닌 '소중한 내 사람들과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방향을 향해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이 원만한 노사관계 유지에도 큰 힘이 된다. 같은 꿈을 향하기에 가능한 선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체육행사 등 격의 없는 소통시간을 자주 가지려 하는데, 요즘 세태가 개인 시간을 매우 중시하는 것이어서 눈치 보면서 한다.(웃음)

회사 운영에 있어서는 '규율'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철강업 특성상 안전문제 등이 많기에,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선 엄격히 따진다. 생명과 직결된 것들은 아무리 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으로 시작해 50년 회사를 일군 저력이 궁금하다

▶서른다섯 살 되던 해인 1990년 회사 대표를 맡으며 지금까지 두 번의 부도위기를 겪었다. 그때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함께 일하던 여러 회사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우린 그 회사 일감까지 맡아 대신하며 성장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조선업에 눈을 돌려 회사를 키웠다.

마음속 한 켠에는 위기라는 빨간불이 늘 켜져 있다. 어려운 시기 빚을 내가며 조선업에 투자해 조선업황 성장을 놓치지 않았고, 건축사업에서는 '데크플레이트'라는 신기술을 개발해 현장에서 시장 잠식을 높였다. 2천억원이 넘는 자산규모를 가진 우리 기업의 성장은 언제나 그랬듯 항상 위기와 궤를 같이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중장기 사업방안을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배터리와 바이오 분야 등 신사업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30년 넘게 회사를 이끌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뭔가

▶인사가 만사다. 그래서 무엇보다 인재를 귀하게 여긴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개발과 소통을 잘하는 직원들을 좋아한다. 또 좋은 학벌이나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재보다 성실함이 앞선 인재를 아낀다.

우리 회사는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었는데, 그때마다 끈끈한 애사심을 발휘한 직원들 덕분에 버텼다. 이처럼 훌륭한 직원들이 많기에, 회사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가능하다. 늘 한계에 부닥치는 일이 많지만 직원들을 믿고 진행한 투자 덕분에, 기업은 '한발 후퇴 두발 전진'식으로 더디지만 꾸준하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근무환경개선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노후화된 복지관을 신축했는데, 직원들 반응이 좋다. 역시 요즘은 함께 시간을 나누는 것보다 지갑을 여는 게 더 현명하게 친해지는 방법 같다(웃음). 창사 이후 지금까지 무분규 사업장으로 이름 올리게 도와준 직원들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회사에서 대표적으로 하고 있는 지역 나눔 활동이 있다면

▶"지역에서 기업 하는 사람이 알게 모르게 도움받는 게 얼마나 큰 데 이걸 다시 돌려주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이다. 기업이 경쟁하며 성장하듯 다른 이를 돕는 것도 경쟁하는 것처럼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같은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봉사단체(감사나눔봉사단)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소외계층과 홀몸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지원하고 연탄배달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직원들 동참이 매우 높아 매년 그 규모를 키워하고 있다.

매년 열리고 있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에 10년째 작품을 기부하고 있는 것도 큰 자부심이다. 포항 동빈항에 자리한 2천200개의 단어가 담긴 축구공 모양의 조형물과 '불의 공원' 산책로 중앙에 솟은 오벨리스크 조형물 등이 모두 제일테크노스 직원들의 손에서 태어났다. 구상은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의 도움을 받았고, 철을 다듬고 붙이는 건 직원들이 다했다.

올해 역시 작품 2점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철강과 문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 포항을 알리기 위한 작품 11점을 기부했다.

-회장이라는 직함보다, 여러 단체 직함이 지역에서 더 유명할 정도 활동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포항이 없었다면 나도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회사일 못지않게 지역에서 부름 받은 일도 열심히 한다. 보람은 보너스다. 철강관리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공단업체의 어려움을 적극 들어주고 해결하려 부지런히 뛰었다. 16년째 맡고 있는 경북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은 장애인들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할 여러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이 크다.

최근 맡은 민선 1기 포항시체육회장은 상징성도 있지만 최근 경북도민체전을 잘 치러 큰 보람을 느꼈다. 범죄예방 회장도 소외계층 학생과 학교폭력 근절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즐겁게 맡고 있다.

가만히 열거하다 보니 '다 나 좋으라고 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부족하지만 맡은 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

-포항 연고가 아닌데 왜 이처럼 포항일에 열심인가

▶삼성에 근무하던 중 가족과 인연이 있는 제일중공개발(제일테크노스 전신)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당시 부도위기에 놓인 제일중공개발을 살리기 위해 왔는데, 그때 이곳 직원이 내 가족이고 이 지역이 내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과 나는 서로를 보듬으며 그 어렵던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포항에서 포항사람들과 이룬 자랑스런 성과다. 이 정도면 나의 지역사랑은 당연한 것 아닌가.

가족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역기업의 구성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포항에 터를 잡고 산다. '지역에 투자할 돈을 조금 떼 서울에 집 몇 채 샀으면 대박이었을 것'이라고 농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저 웃고 만다. 내가 곁눈질했으면 지금의 회사가 없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50년을 더해 100년이 돼도 우리 기업은 지금처럼 포항을 사랑하고 함께 성장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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