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10대 형제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월,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 김정일 부장판사는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고(故) 박완서 작가의 '자전거 도둑'이었다. 형 A(19) 군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과 동생 B(17) 군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직후였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이 책을 선물하며 형제에게 "읽으면서 본인 행동을 되돌아보고, 삶에 희망을 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전거 도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시골에서 온 16살 소년이 자동차에 흠집을 낸 죄로 압수당한 자전거를 훔쳤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내용이다.
이 판결과 책 선물은 우리 사회의 청소년 범죄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SNS에서는 형제의 교화를 기대하는 목소리와 '책 선물보다 명확한 처벌이 먼저'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여전히 청소년 범죄와 관련해 엄벌과 교화 양쪽으로 나뉜 논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민들의 법 감정은 엄벌 쪽에 다소 가까운 편이다. 이 사건의 경우 형제가 모두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소년범 처벌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소년범의 대부'로 불리는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여러 차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비롯한 소년범 처벌 강화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천 부장판사는 "엄벌주의를 펼친 국가에서 범죄율이 현격히 낮아졌다는 보고가 없는 것을 보면 처벌 강화만으로는 비행·재비행을 막기는 쉽지 않다"며 "우선 소년들에 대한 수용시설 확충과 처우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기대하는 효과는 달성하기 어렵고, 소년범 혐오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시대가 바뀐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동균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은 "엄벌주의가 낙인 효과를 유발한다는 인식은 이해하지만, 이제 사회적으로 많이 개방된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 처벌받지 않을 것임을 알고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촉법소년)는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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