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스트릿 맨 파이터'가 시작됐다. 작년 예능가를 강타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남성 댄스 버전으로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프로그램이 됐다. 과연 돌아온 '스트릿 맨 파이터'는 여성 댄서들의 그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시작 전부터 삐걱거린 '스트릿 맨 파이터'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허니제이가 외쳐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시그니처 영상으로 남아버린 그 광경은 지금도 이 프로그램을 봤던 열혈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로부터 1년 Mnet이 그 후속편으로 제작한 '스트릿 맨 파이터'가 시작됐다. 과연 이 프로그램도 "잘 봐 오빠들 싸움이다!" 같은 시그니처 영상을 잔상으로 남기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이제 막 시작한 프로그램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어딘가 안됐지만 어쩐지 시작부터 삐걱대는 느낌이 적지 않다. 그건 본격적인 프로그램의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 제작발표회에서 나왔던 제작총괄 권영찬 CP의 말 한 마디가 불러온 논란에서부터 그 위태로움이 감지되었다. "여자 댄서들의 서바이벌에는 질투, 욕심이 있었다면 남자 댄서들은 의리와 자존심이 자주 보였다"는 말이 그것이다.
물론 여성 버전의 댄스 서바이벌 오디션이 성공하고 세워진 남성 버전 댄스 서바이벌 오디션이기 때문에 두 버전을 비교한 부분은 일견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걸 굳이 여성과 남성의 차이로 일반화해 여성에게는 '질투, 욕심'을 남성에게는 '의리, 자존심'이라는 단어를 부여한 건 굳이 젠더 감수성 운운하지 않아도 부적절한 비교라 질타 받기 딱 좋은 것이었다. 이 말은 '스트릿 맨 파이터'의 잠재적 시청자일 수 있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조차 실망감을 느낄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한 멘트였기 때문이다.
결국 Mnet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냈다. 사과문에는 "'편견을 깨는 새로움'이라는 핵심가치와 저희 댄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인 '경쟁과 연대를 통한 성장'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며 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적혔다. 하지만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얹고 시작한 '스트릿 맨 파이터'는 첫 회가 방영된 후 "도대체 '스우파'보다 있다는 의리가 어디 있냐"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논란은 제작진만이 아닌 프로그램 출연 댄서들로부터도 발생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한 댄서가 올린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 커버 댄스 영상이 그 논란의 진원지였다. 영상 제목 자체를 '뉴찐따스'라고 붙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노골적인 조롱이 담긴 커버 댄스 영상은 금세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이 안무에 참여한 댄서 역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 제작진이 한 '의리' 운운하는 발언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결국 영상은 내려졌고 뒤늦게 해당 댄서의 사과문이 게재됐다. 첫 방송과 더불어 불거진 '스트릿 맨 파이터'의 또 다른 논란이었다.
◆입으로 춤을 추나…자극적인 독설
그렇다면 첫 방은 어땠을까. 아무래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후속이어서인지 훨씬 더 자극이 세진 경향을 보였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보아가 제작발표회에서 "'스우파' 때보다 더 맵다"고 한 말 그대로였다. 새롭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우영은 파이트존에서 벌어지는 댄스 배틀을 보며 "소싸움, 닭싸움, 개싸움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방송에서는 상대 크루는 물론이고 팀원 하나하나를 물어뜯는 멘트들이 오갔다. 거기에는 원밀리언 크루로 참여한 최영준이나 백구영처럼 대선배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나 존중 따위도 없었다. 그들에게조차 "댄서보단 안무가"라거나 "트렌드에서 멀어졌다", "이제는 한 물 갔다"는 식의 비하 섞인 말들이 쏟아졌다. 그러니 다른 팀원들에게 쏟아내는 독설들이 얼마나 센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게다. 자주 "XX"로 삐처리 된 소리들이 채워졌고, 첫 미션으로 시작된 '노 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 첫 대결로 나온 노태현은 프라임킹즈 리더 트릭스와 대결을 벌이면서 상대에 대한 손가락 욕을 날리는 것으로 시작하기도 했다. 거의 주먹질과 직접적인 욕설을 살짝 피했다 뿐이지 사실상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싸움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방송이었다. 우영의 말이 그저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상대 크루들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까지 드러내는 과열된 양상을 보이는 게 된 데는 제작진이 애초 계획한 노림수들이 작동한 결과이기도 했다. 즉,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는 없었던 상대 크루의 방을 '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건 단적인 사례다. 상대 크루 방에 함부로 들어가 그들의 사진을 영정사진처럼 낙서를 해놓고 심지어 갈기갈기 찢어 놓는 '만행'을 저지를 수 있게 해놓은 것. 이런 광경들은 크루들 간의 감정 대립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들로 활용되었다. 그러니 무대 위에서 맞붙는 댄서들의 텐션은 한껏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렇게 독한 멘트들과 상황이 긴장감을 한껏 끌어 올리는 데는 일조했지만, 이로 인해 정작 보여야할 춤이 가려지는 역전된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짧게 편집되어 보인 댄스 대결 영상은(물론 풀버전은 유튜브로 공개되었다) 어딘가 심심하게 느껴졌다. 워낙 센 상황이 한껏 기대감을 키워놓은 것과 상반된 방송 분량이 만든 심심함이었다.
◆'스트릿 맨 파이터'의 희망은?
시작 전부터 불거진 논란들과, 시작과 동시에 지나친 자극적 설정, 그럼에도 정작 춤은 잘 보이지 않고 자극적인 멘트들만 난무하는 첫 방송. '스트릿 맨 파이터'는 전혀 희망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애초 '스트릿 우먼 파이터'도 첫 방송부터 배부르진 않았고, 그 자극적인 편집들에 대한 불편함이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출연 댄서들이 이처럼 치열한 경연을 벌이면서 조금씩 쌓아나갈 같은 동료 댄서로서의 '연대의식' 같은 것이 나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성공이 자극적으로 서바이벌 오디션을 세운 제작진에 있다기보다는 그 상황 속에서도 댄서들 간의 새로운 서사를 써나간 출연자들에게 있었던 것처럼, '스트릿 맨 파이터'의 성패 역시 바로 이들 출연자들에게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무질서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루들 간의 대결 자체가 하나하나 저마다의 서사를 갖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이 서바이벌 오디션에 남은 희망을 보게 만든다. 이를테면 약지지목 배틀 첫 무대에서 엠비셔스 노태현이 굳이 크럼프 세계 1등으로 꼽히는 프라임킹즈 트릭스를 지목해 벌인 대결이 '크럼프 빅매치'라는 색깔을 그려내고, 위댐보이즈와 저스트절크의 대결구도가 마치 트렌디한 춤과 클래식한 춤의 대결 서사를 그려내는 지점이 그것이다. 힙합에 특화된 뱅크투브라더스와 코레오그래피(안무)를 하는 저스트절크의 배틀을 통해 오래된 스트릿 댄스와 코레오그래피의 갈등을 전면으로 끄집어낸 부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크루들이 이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맞붙는 대결에는 그간 댄스 신들 사이에 있었던 갈등 구조들이 담겨있고, 그래서 이를 대결로 풀어내면서 어떤 화해와 존중의 관점 또한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물론 이건 '스트릿 맨 파이터'에 거는 희망 섞인 바람일 뿐이다. 그게 실제로 그렇게 될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이 서바이벌에 참여하는 댄서들의 춤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춤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분명하다면 상대 크루라고 해도 같은 춤을 추는 이들끼리의 동료의식 또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이 논란으로 점철된 '스트릿 맨 파이터'에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 아닐까 싶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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