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여연대, 쿠팡 PB ‘용역비’를 ‘판매 수수료’로 잘못 해석했나…회계 전문가 “명백한 감사보고서 해석 오류”

참여연대가 쿠팡의 자체 PB 브랜드 자회사 CPLB의 수익구조와 감사보고서 공시 사항을 잘못 해석해 일방적인 비방을 일삼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직매입 사업구조상 존재하지 않은 '중개 수수료'를 쿠팡이 입점업체에게 받고 있다며 수수료율을 감사보고서에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존재하지 않은 '수수료'를 실수로 만든 참여연대…쿠팡측 "허위 사실 유포로 법적 대응"

쿠팡이 즉각 법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참여연대측이 본질적인 비즈니스 이해 없이 '짜맞추기식' 입장발표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쿠팡이 CPLB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며 '자사 우대'를 일삼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쿠팡이 다른 판매자에게는 4%~10.8%의 기본 수수료 외에도 광고비 등 약 31.2%의 실질수수료를 받고 있는 반면, 계열사인 CPLB에게는 2.55%의 낮은 수수료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자회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이자 여타 판매업자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CPLB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나온 '매출 및 매입 등 거래' 항목에 공시된 수익1조569억원, 비용 269억원으로 단순히 나눠 비용의 비중이 2.55%이며, 이를 '입점업체 판매 수수료'로 밝혔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계산한 비용은 판매 수수료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에 따르면, 참여연대가 판매 수수료라고 추정한 CPLB 감사보고서상 269억원의 '비용'은 '외주 용역 대금'이었다. CPLB의 운영에 필요한 각종 용역 대금을 공시한 것이지, 판매 수수료와 무관한 항목이라는 것이다. 이는 'outsourcing service'(외주 용역) 계약에 따라 용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석으로 감사보고서에 설명돼 있다. 서울 시내의 A회계법인 대표는 "회계상 '용역비'와 '판매 수수료'는 엄밀히 다른 개념으로, 판매 수수료가 용역비 비용에 포함될 수 없다"며 "주석으로 용역비라고 명시했는데도 참여연대가 이처럼 발표하는 것은 외부 회계 전문가의 검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쿠팡에 대한 명예훼손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참여연대의 주장은 직매입 기반의 CPLB와 관련없다는 것이 쿠팡의 설명이다. CPLB 사업은 전국의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사들이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로켓배송으로 파는 형태로 수익을 내고 있다. 때문에 오픈마켓 온라인 쇼핑몰처럼 특정 플랫폼에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대가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쿠팡 매출의 99%는 수수료가 없는 직매입 거래에서 나오고, CPLB 거래도 여기에 포함된다. 직매입을 하는 CPLB 사업 구조 특성상 '수수료'가 존재하는 거래가 없어 특약매입 수수료와 연결 지을 수 없는데도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는 짜맞추기식 전제로 감사보고서를 왜곡 해석했다는 것이 쿠팡측 입장이다.

참여연대가 주장한 '실질수수료 31.2%'도 쿠팡의 전체 수수료가 아닌 매출의 0.9~1%를 차지하는 특약매입 수수료로, 참여연대 주장처럼 모든 판매자에게 적용되지 않은 허위 주장이라고 쿠팡측은 밝혔다.

◇ 로켓배송 물류, 교환·환불 등 고객 응대 비용 떠안는 구조 외면한 참여연대

CPLB 감사보고서를 보면 고물가 기조와 금리인상,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비용이 상승한 수익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CPLB의 지난해 매출 대비 원가율은 90.7%로, 2020년 하반기 매출 원가율보다 3.1% 줄었다.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100원도 채 못 남겼다는 뜻이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2.3%, 1.9%였다. 반면 CPLB의 모회사인 쿠팡의 지난해 매출 대비 원가 비중은 84%로, 1000원짜리 제품을 팔면 160원이 남았다. CPLB의 원가율은 쿠팡 전체 매출 대비 원가율보다 6% 높은 수치다. 쿠팡의 PB 사업은 참여연대 주장과 달리 고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여러 입점업체들은 "쿠팡과 업체 사이의 원가 구조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쿠팡이 얻는 이익이 과도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쿠팡 로켓배송은 빠른 로켓배송 물류와 반품·교환·환불 등의 고객 응대(CS)를 모두 책임지고 제조업체는 제품만 공급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을 대신 떠안는 구조다. 쿠팡 PB에 후라이팬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H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직접 물류와 CS, 포장을 하면 원가가 20% 이상 상승하지만 쿠팡이 아닌 다른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물류와 CS, 포장 업무를 대행하지 않는다"며 "쿠팡이 직접 물류와 고객 응대, 제품 포장 비용을 부담하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의 마진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참여연대가 쿠팡의 불공정 행위를 꼬집으려면 직매입 기반의 다른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공정한 비교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똑 같은 비즈니스 구조 속에서 물류와 고객 응대 등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와 이에 따른 입점 업체의 실질 원가 구조에 대한 비교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전국 30여개 지역에 100개가 넘는 물류망을 확보한 쿠팡과 거래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원가 절감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참여연대 발표에 이런 사실이 반영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쿠팡 중소업체들, 참여연대에 반발 "쿠팡 입점으로 폐업 면했는데..'광고 안하면 거래 중단'? 처음 듣는 일"

"5살,10살 아들 둔 수산물업체 사장입니다. 쿠팡에 입점하지 못했다면 경영난으로 폐업했을 겁니다. 쿠팡을 공격하는 건 불공정하며 다른 유통사도 조사해야 합니다(김정배 A수산업체 대표)"

"쿠팡의 납품단가는 중소기업 원가를 높이는 물류·고객응대 비용을 부담하는 로켓배송 구조를 생각하면 합리적입니다(후라이팬업체 'H사' 관계자)"

참여연대가 쿠팡이 기업들에게 수익성 보전 목적으로 광고비 등 각종 불공정 거래를 강요했다는 주장에 쿠팡 입점 소상공인들이 일제히 허위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쿠팡에서 로켓배송으로 수산물·후라이팬·참기름 등을 파는 지역 소상공인들은 "참여연대 주장은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일로 다른 유통사와 비교가 없이 공평하지 못하다"며 "쿠팡에 대한 불필요한 의혹 제기는 쿠팡 전체 입점 소상공인에 대한 방해이자 공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과 8년 거래했지만 불공정 없어…광고도 일절 안하고 성장했다"

참여연대는 30일 쿠팡이 다양한 불공정행위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골자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날 참여연대는 쿠팡이 입점업체 대상으로 ▲ 마진 손실 보전을 위한 부당한 광고비 요구 ▲광고하지 않으면 거래중단 ▲연간거래 계약에 없는 판매장려금 수취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정당한 사유없이 납품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손실을 전가했다"며 쿠팡과 CPLB(쿠팡 PB 자회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쿠팡 로고.
쿠팡 로고.

이에 대해 쿠팡의 중소 입점업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쿠팡과 거래하면서 광고비 요구나 거래 중단 등을 경험한 적이 없으며 정상적인 연간 거래 계약 외 다른 요구를 받아 본 일이 없다. 참여연대가 일부 입점업체들의 이야기만 듣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의 PB 협력사이자 충청도의 작은 후라이팬 제조업체인 H사는 수개월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후라이팬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이 50% 올랐지만, 쿠팡이 납품가격을 5차례나 올려주면서 경영위기를 피했다고 했다.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월 3~4억원대로 큰 폭으로 올랐다. H사 관계자는 "쿠팡은 작은 중소기업으로 불가능한 택배 물류, 고객 민원 응대 및 반품·교환 서비스(CS), 포장을 모두 로켓배송 서비스에서 책임지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마진을 거두는 것이 아니다"며 "광고를 해본 일이 없으니 '광고 안하면 거래 중단'같은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우리 같은 작은 중소기업이 직접 물류와 CS, 포장을 하면 원가가 20% 이상 상승합니다. 그런데 쿠팡이 아닌 다른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선 '직접 교환, 반품하세요' '직접 택배로 보내세요' '직접 포장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같은 1만원에 물건을 팔아도 쿠팡이 아닌 다른 업체에선 이익을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1만원을 팔아 30%를 남겨도 대부분 물류와 고객 응대, 포장비로 지출되니까요. 그 어떤 중소기업도 쿠팡의 물류 시스템보다 싸게 물류를 처리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하는 쿠팡의 마진은 높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쿠팡측은 매번 저희 원가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며 인플레이션 시기 단가를 조정해줬습니다. "

그는 오히려 다른 대형마트와 PB 브랜드들이 상품 물류에 쓰이는 장비를 자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조건을 걸거나, 납품일자를 지키지 않으면 적지 않은 페널티를 물어낸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상품 공급 외 입점업체에게 일절 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다른 유통사와 입점업체의 현실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상도 지역의 한 방앗간에서 참기름을 제조해 쿠팡에 납품하는 A사 대표 김기환(42)씨도 참여연대 발표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950년대 창업해 3대째 이어오는 참기름 방앗간을 운영 중이다. 온라인에 진출하지 못하다 쿠팡 로켓배송을 시작하며 매출이 2020년 25억원, 지난해 60억원, 올해엔 140억원을 예상한다. 김씨는 "광고를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쿠팡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참기름 1위가 됐다"고 했다.

"제 상품은 경쟁제품인 쿠팡의 PB상품보다 상위에 노출돼 있어요. 소비자들이 많이 찾으면서 앱상에서도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해요. 제가 별도로 광고를 할 필요도 없고, 광고하라는 이야기도 쿠팡으로부터 들어 본 일이 없어요. 항상 투명하고 공정하게 거래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쿠팡은 큰 규모의 기업이지만, 그 안에 입점한 사람들은 모두 중소상공인들"이라며 "온라인을 돌파구로 성장하려는 사장님들이 대부분인데 쿠팡 전체를 공격하는 것은 입점 소상공인들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마트는 1개 아이템당 협력 업체 1~2곳이 수십년 째 장악…참여연대는 그들을 오히려 조사하라"

매일 새벽이면 바다에서 새우나 꽃게, 바지락을 잡아 쿠팡에 판매하는 수산물 업체들은 "코로나, 물가 인상에 따른 폐업 도산 위기를 벗어난 계기가 쿠팡"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의 A수산물업체 대표 김정배씨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폐업 수순을 밟고 있었다. 제대로 물건값을 쳐주지 않은데다 정산도 늦은 오프라인 도매 유통업체들의 갑질 속에 골병이 들어갔다. 그런 그에게 '기적'이 벌어졌다. 지난 3월 쿠팡 입점 후 한달 만에 매출 1억6000만원을 올린데 이어 최근 3억원으로 매출이 뛰었다. 수년째 적자를 본 그는 "영업이익이 5~6%나 된다"며 웃었다.

"쿠팡과 거래하면서 더 이상 재고로만 남는 수산물이 없습니다. 제때 정산 받고, 제때 많이 팔거든요. 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물건을 팔고 있는데, 매일 쿠팡에서 차를 보내주고 오후 1시면 물건을 실어 고객에게 보냅니다. 차 온도는 항상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특수차량이고요. 어떤 중소기업이 이런 서비스를 스스로 감당합니까? 아무리 쿠팡의 사용자가 많아졌어도 쿠팡만 공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충청도 해안가에서 새우, 낙지를 파는 B업체의 대표 황모씨도 "구두계약 요구, 광고 종용을 주변 업체로부터도 들은 바가 없고 마진이나 수익성 목적으로 납품가 조정을 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쿠팡에서 3~5억원의 매출을 내며 성장하며 400평대 공장 증설에도 나섰다.

"저희 같은 시골 업체 입장에서 쿠팡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마트는 진입문턱이 좁아요. 한 아이템당 협력업체가 1-2곳입니다. 이 1-2개 업체가 전국 매장에 수십년간 물건을 납품합니다. 여기에 끼지 못한 중소기업은 매대 공간의 한계, 입점업체 수의 한계를 두지 않은 쿠팡이 대안입니다. 참여연대는 오히려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문제 없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그는 "쿠팡의 갑질 때문에 기업들이 못 산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우리를 보라"고 말했다.

쿠팡 PB 브랜드에 김을 납품하는 충청도 소재 C업체는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김 사업을 처음 시작한 C업체 최모 대표는 2012년 매출 7억원을 낸 이후 오랜 기간 성장 정체를 맞은 최 대표는 쿠팡과 2019년 손을 잡으면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그는 "쿠팡과 모든 계약은 계약은 투명한 견적서를 기반으로 메일로 진행하며 마진 압박에 따른 단가 조정 요구는 겪어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납품단가 조정은 경쟁업체들이 많아져 시장의 제품 공급 단가에 변동이 생길 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연코 쿠팡에서 먼저 그런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저희 같은 시골 중소기업이 안심하고 거래대금을 안정적으로 받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고마움을 느낍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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