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윤석열 대통령이 동(대구)쪽으로 간 까닭은?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윤석열 대통령이 5월 취임한 이후 눈에 띄는 지방 일정은 5월 18일 광주 방문과 8월 26일 대구 방문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문지는 5월 18일 광주 방문이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보수층에 논란이 되었던 '님을 위한 행진곡'까지 합창했다.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라면서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자유와 인권'의 5월 정신을 국민 단결과 위기 극복의 모멘텀으로 강조했다. 또한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며 5·18정신의 헌법 수록은 아니었지만 헌법 정신이라고 까지 규정했다.

그래서 묻는다. 대통령이 취임 10일도 채 안 되어서 서쪽으로 간 까닭은 무엇인가. 달마의 깊은 뜻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세속의 통치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추측건데 동서 화합 또는 국민 통합으로 보여진다. 정략적으로만 보는 정치판에서는 이를 외연의 확장, 즉 서진(西進) 전략이라 한다.

8월 26일 윤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했다. 아니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취임 100일 직후이다. 대통령실의 서울에서 보면 대구를 갔지만, 대구에서 보면 대구를 방문했다.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한 이유는 언뜻 보기에는 서쪽으로 간 이유보다 더 간단할 수도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대통령 지지율은 갤럽조사를 기준으로 취임 이후 6월 1주와 2주 조사에서 53%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급기야 8월 1주 24%까지 하락한다. 그러나 8월 2주 25%, 3주 28%로 소폭 상승 이후 4주는 27%였다. 갤럽은 또한 8월 4차례 조사를 합한 통계(4천2명)도 냈는데 8월 전체로 긍정 평가는 26%, 부정 평가는 65%로 부정 평가가 2배 이상 많다. 광우병 파동으로 취임 3개월 만에 22% 지지율을 기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최저 수준이다. 분명한 위기다.

지지율 내용을 보면 대구경북은 긍정 36%, 부정 53%, 보수는 긍정 47%, 부정 46%다. 중도층은 긍정 20%, 부정 71%, 18세~20대(긍정 20%, 부정 65%), 30대(긍정 15%, 부정 77%), 40대(긍정 13%, 부정 83%), 50대(긍정 23%, 부정 71%)에서 부정 평가가 훨씬 많으며, 대통령과 같은 세대인 60대(긍정 40%, 부정 52%)도 부정 평가가 더 많다. 긍정 평가가 더 많은 세대는 70대 이상뿐이다(긍정 49%, 부정 34%).

정리하면 취임 100일 전후 26%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 48.6%의 절반 정도가 돌아섰고, 중도층이 이탈했다. 또한 70대 이상만 지지하는 지지율 고령화로 1년마다 1% 이상의 자연적 하락이 예상되며, 대구경북과 보수에게조차 지지를 얻지 못하는 보수 정체성의 위기다. 만약 대구경북과 보수의 지지율이 현 수준으로 고착되거나 더 하락하면 소위 고정 지지층, 즉 팬덤층이 무너지는 것이다. 또한 8월 한길리서치의 국민의힘의 여당 역할 조사에서 22.9%만이 긍정 평가다. 즉 국민의힘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대구에 온 것이다. 확실한 지지층 팬덤의 '기'(氣)도 받고 지지율 하방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즉 동진(東進) 전략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동쪽으로 간 까닭은 알겠다. 그럼 대구는? 서문시장 상인과 지지자가 대구를 대표해서 기(氣)를 좀 넣어 준 것일까. 대구 시민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氣)를 좀 넣어 주셨습니까. 그럼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갈까요. 대구 시민은 기(氣)를 주는 것 외에 대통령에게 줄 것이 없었을까요. 그래서 윤 대통령이 동쪽 대구로 간 까닭은 알겠지만, 대구에서 기(氣) 외에 뭘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에 대한 답은 대구와 경북의 정치 위상과 정체성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