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급 공무원 월급 올라도 171만원"…내년 1.7% 인상안 반발

"최저임금 201만원 못 미쳐…작년 MZ 퇴직자 1만633명"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3년 연속 저조한 인상률에 뿔난 공무원
일반 직장인들 곱지 않은 시선…"결코 적지 않은 수준"

대구공무원노동조합과 대구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 3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대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공무원노동조합과 대구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 3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대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1.7%로 정하자 공무원 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저임금과 과도한 업무에 내몰린 젊은 세대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공직 사회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과 정년이 보장되는 대신 낮은 임금 인상은 감수해야 한다는 반론이 교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정부예산안 발표를 통해 내년도 4급 이상 공무원 임금은 동결하고 5급 이하는 1.7% 인상하기로 했다.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제시한 1.7~2.9% 인상안 가운데 가장 낮은 안을 선택한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공무원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사실상의 삭감이라며 31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안을 적용하면 내년도 9급 1호봉 급여가 171만원에 불과해 월 단위로 환산한 최저임금 201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공무원 단체는 장기간 이어지는 저임금 구조는 공직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저임금과 업무 과중으로 지난해 퇴직한 공무원 중 5년 차 이하가 전국적으로 1만633명에 달하며 이들의 대부분이 저연차인 8, 9급 공무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구시와 8개 구·군에서 스스로 퇴직(의원면직)을 신청한 공무원 84명 중에서도 8, 9급이 64명(76.19%)을 차지했다. 공무원노조는 "의원면직을 신청한 공무원이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며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공무원들의 헌신에 돌아온 것은 일방적인 강요뿐"이라고 했다.

올해 유독 반발이 거세진 이유는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공무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공무원 임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0.9%, 올해 1.4% 등 3년 연속 저조한 인상률을 기록했다.

대구공무원노동조합과 대구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 3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대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공무원노동조합과 대구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 31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대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반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공무원을 바라보는 일반 직장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무원 초봉이 낮은 건 맞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년 호봉이 오르고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임금 인상 요구는 과하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공무원 임금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한 대기업 직장인은 "다른 일반 직장과 비교해봤을 때 공무원 임금은 절대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공무원 임금은 매년 정년까지 꾸준히 계속 오르기 때문에 초임이 높으면 정년 때 너무 높은 연봉을 받게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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