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억원 예산 들인 '영천 매산고택' 부실 공사 논란

구조물 변형…예산 낭비 비판
전통 아닌 신기와 교체 과하중…전문가 "역사 고증 검토 안 해"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 국가민속문화재 제24호인 영천시 임고면 매산고택 및 산수정 보수 공사 현장. 강선일 기자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 국가민속문화재 제24호인 영천시 임고면 매산고택 및 산수정 보수 공사 현장. 강선일 기자
영천시 임고면 매산고택 구조물 변형 및 기초부 침하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기와들이 걷어져있다. 강선일 기자
영천시 임고면 매산고택 구조물 변형 및 기초부 침하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기와들이 걷어져있다. 강선일 기자

경북 영천시에서 수 억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 중인 문화재 보수 공사를 두고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건물 구조가 내려앉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수리 기법 등 문화재 보존을 위한 사전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1일 영천시 등에 따르면 임고면 삼매리에 위치한 국가민속문화재 제24호인 매산고택 및 산수정은 작년부터 2억4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건물 구조에 대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물을 지탱하는 기초부의 석재 재질과 쌓기법 등의 문제로 석재 사이에 공극이 발생하고 초석이 균열·파손·침하되는 등 구조물에 변형이 생기고 있다.

특히 지붕 공사의 경우 기존 350여 개의 전통 기와 대신 무게가 20~30% 정도 더 많은 신기와로 교체해 나가면서 상층부 과하중이 일어나 기와골이 흘러내리고 구조물 변형 및 기초부 침하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화재청 업무지침에 문화재 보수는 원형이 변형·왜곡되거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외형뿐만 아니라 내부도 원래 구조와 형식을 유지해야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영천시는 지난 7월부터 보수 공사를 중단하고 기초부와 상층부 구조 등에 대한 정밀 진단을 통해 안정적 수리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수 공사에 앞서 역사 고증 및 수리 기법 등에 관한 충분한 사전 검토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부실 공사 논란을 일으키고 예산만 낭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보수 자체를 우선 목표로 정하고 거기에 끼워 맞추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문화재 보존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소홀함이 없어야 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문화재청 및 설계사무소 등과 진단한 결과, 매산고택 주변 지반이 침하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안정적 보존 관리 방안을 마련한 후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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