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전염병의 지리학

박선미 지음/ 갈라퍼고스 펴냄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염병의 무서움을 몸소 느꼈다. 이같은 공포는 20세기 초에도 있었다. '스페인 독감'. 5천만~1억 명의 사망자(추정)를 기록하면서 인류가 경험한 전염병 중 최고의 사망률을 보였다.

그렇다면 '스페인 독감'은 으레 병명처럼 스페인에서 발원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한 건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8년. 당시 미국이나 영국 등 참전국들은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스페인 독감과 관련한 대유행에 대한 보도를 엄격히 통제했다. 반면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켰던 스페인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것이 당시 유행한 인플루엔자가 '스페인 독감'으로 명명된 이유다. 스페인 입장에선 무척이나 억울할 일이다.

이 책은 스페인 독감의 발원지가 미국 캔자스주라고 여긴다. 역사적으로 군대의 이동은 전염병 확산의 주요 요인이었는데, 미국의 세계대전 참전 결정으로 미국 캔자스주 부대가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스페인 독감이 세계적으로 퍼졌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캔자스주의 공장식 대목장에서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인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전파됐고 이는 캔자스주 부대인 하스켈군으로 옮겼을 거라는 추정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미국이 스페인 독감을 전세계적으로 퍼트린 발원국인데도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이나 혐오, 비난 등은 없다면서 전염병에 대응하는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콜레라,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 세계적인 전염병들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퍼져나가는지, 같은 지역에서 확산하더라도 누구에게 더욱 치명적인지 등 지리적 연결망을 중심으로 병의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피해 정도는 국가마다, 개인마다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는데, 이것이 전염병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은이는 지구적 이동과 접촉이 많아진 오늘날,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할 수 없다면 결국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369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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