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유’ ‘6·25 남침’ 뺀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 교육부는 뭘 했나

교육부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2년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試案)에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내용이 수두룩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작년 12월에 좌편향 정책 연구진을 꾸려 시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윤석열 정부 교육부가 이런 시안을 발표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시안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발전' 단원의 성취 기준과 성취 해설 부분에 모두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쓰지 않고 '민주주의'라고 표현했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가 무색할 지경이다. 6·25전쟁에 대해서도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이라는 설명을 없앴다. 북한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한 것도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건국 의미를 '정부 수립'으로 격하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시안은 박근혜 정부 때 마련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4년 전 문 정부 때 나온 2018년의 교육과정보다 더 좌경화(左傾化)됐다. 이런 시안에 기초해 집필된 교과서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를 2025년부터 배우게 될 중·고등학생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정부가 교과서 내용에 간섭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것을 부담스러워해 손을 놓은 교육부의 무책임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문 정부가 '역사 교육 알 박기' 차원에서 꾸린 좌편향 연구진이 만든 교육과정 시안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집필되는 교과서 내용 역시 좌편향될 게 뻔하다. 반(反)역사 교육 지침 시안을 '국민 의견 수렴'을 앞세워 그대로 발표한 교육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교육부는 논란이 되는 역사 교과서 이슈를 회피하지 말고 헌법 정신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게 수정해야 한다. 분명한 역사관·교육관을 갖춘 인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시안의 역사 왜곡과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 행위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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