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달성 묘골마을

위상복 수필가

위상복 수필가
위상복 수필가

달성군 하빈에는 묘골마을이 있다. 충정공 박팽년(1417∼1456)의 유일손인 박일산부터 500여년 동안 후손들이 거주한 순천박씨 집성촌이다. 묘리(妙里)는 '묘하게 생긴 마을'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밖에서는 마을을 볼 수 없고, 안에서도 마을 밖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풍수지리상으로 용이 몸을 틀어 꼬리를 바라보는 회룡고미형의 명당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 마을로 들어서는 길이 트였을 뿐 용산이라 불리는 나지막한 산이 마치 한 마리 용처럼 사방을 감싸 아늑하게 느껴진다. 낙동강변의 성주대교 인근에 위치하여 오늘날 대구와 성주를 잇는 30번 도로의 요충지로서도 주목받는 곳이다.

달구벌대로의 동곡사거리 부근에서 우회전하면 묘골마을 가는 길이다. 도중에 사찰의 일주문처럼 생긴 충절문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사육신기념관이라는 특별한 건물을 먼저 만난다. 2010년 개관한 기념관에는 사육신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게 꾸며놓았다. 따라서 마을을 탐방하기 전에 관람하면 역사적인 지식을 얻기에 좋은 곳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길 양쪽에 전통한옥이 늘어서 있다. 마을의 가장 안쪽에는 종택이 자리 잡고, 혈연의 위계에 따라 가옥들이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전까지만 해도 약 300여 호의 가옥이 꽉 들어차 있었다고 전하는데, 지금은 30여 가구만이 남아있다. 하지만 오래된 한옥들을 정비 보수하여 마을 전체가 깨끗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종택 옆의 마을 안쪽 끝자락에는 육신사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사육신을 향사하는 사당이다. 이곳은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병자사화로 숨진 사육신을 모시고 있다. 후손에 의해 박팽년만 배향하다가 충정공의 기일에 여섯 어른이 사당 문밖에서 서성거리는 꿈을 꾼 후 나머지 5위(성삼문,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의 제사도 함께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육신사 신실인 숭정사에는 사육신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이곳은 제사 때 외에는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느 사당보다도 엄숙함이 더한 것은 사육신의 절개 때문일 것이다. 경내에는 이외에도 숭절당, 홍살문, 삼층각 등이 있고, 사당 앞에는 사육신의 행적을 기록한 육각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최근 이곳 묘골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단체 방문객도 많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탐방객이 역사 교육을 겸해서 많이 찾는다. 시내버스도 1시간 간격으로 마을을 드나든다. 이 마을은 도심과 멀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사육신의 절개와 불사이군의 올곧은 선비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삶의 굴레 속에서 신념을 찾기가 참 어렵다. 세상을 제대로 알기도 만만찮거니와, 바른대로 말하거나 믿음대로 행동하기도 쉬운 노릇이 아니다. 세속에 찌든 일상은 잠시 미뤄두고 달성 묘골마을에라도 한번쯤 다녀오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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