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21기 독자위원회의 6차 회의가 지난달 30일 대구 남덕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회의가 끝난 뒤, 지난해 '제1회 친환경 농업가치 확산 우수학교 경진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받은 남덕초 곳곳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독자위원들은 대구 도심 속 빈집의 실태를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한 탐사보도 기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필수의료계의 한계, 금리 인상, 주택시장 침체 등을 주제로 한 지역 맞춤형 심층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경호 위원
코로나19 확진자 보도 외에 관련 뉴스가 많이 부족하다. 추석이 지나고 재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느슨한 의식에 경각심을 일깨워줄 다양한 보도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가 근무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힘든 근무에 비해 낮은 수가로 인해 의료진 충원이 힘든 필수의료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지역 의료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역 의료계의 필수의료 현실은 어떠한지,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 기획 기사를 제안한다.
◆김진효 위원
지난 7월, 5회에 걸쳐 탐사보도한 '대구 빈집 3546'은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획 기사였다. 급속한 고령화·인구 감소의 원인 분석에서부터 도심 속 빈집의 실태, 빈집 증가의 원인 규명, 현재 추진 중인 빈집 정비사업의 성과 분석, 방치된 빈집에 대한 거시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고 종합적인 진단 분석 및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 경제면 기획기사였던 '대구경북 부자 보고서'는 기획의도가 궁금하다. 기사를 통해 제공하려는 정보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고, 오히려 강한 거부감까지 불러 일으킨다. '코로나 시대를 버텨나가는 지역민의 가계'라는 주제로 급여소득자, 자영업자, 중소기업 경영자, 은퇴자,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이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공유하는 시리즈로 연재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김혜주 위원
광복절을 맞아, 대구교육박물관이 발간한 1930년대 한 남학생의 일기를 소개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전교생이 함께 했던 토끼 사냥처럼 당시 학교에서만 있었던 이색적인 모습과 '대구역 앞 12차선 도로 개통', '대구비행장 개장' 등 1930년대 당시 풍경이 녹아들어 있다. 또한 거의 매일 반복되는 고된 훈련을 받으며 힘들어하는 모습과 일본 왕실의 기념일마다 학생들에게 신사참배 등 각종 의식을 강요하는 모습을 통해 척박했던 일제강점기 교육 환경을 잘 보여준다. 광복절을 맞아 지역민들에게 일제강점기 대구의 기록을 보여줌으로써 광복절의 의미와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박미영 위원
중국의 역사공정, 문화공정이 도를 넘고 있는 요즘,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의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연재기사는 총성 없는 역사문화의 전쟁터에서 국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아라키 준 경북대 인문학술원 객원 연구원의 '고도 경주의 근대산책, 103년된 경주역의 철도 역사'와 '옛 핫플레이스 봉황로' 기사는 삼국유사, 삼국사기에만 익숙했던 경주의 근현대사를 짚어볼 수 있어 좋았다.
◆송규호 위원
8월 9일 보도된 '대학 졸업 500곳 지원…면접 오라는 곳 없었다' 기사는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주인공과 달리, 다수의 자폐 장애인이 취업의 문턱조차 넘기 힘든 현실을 잘 보여줬다.
다만 기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들을 위한 보호와 돌봄이 온전히 가족의 몫으로만 맡겨진 문제는 좀 더 깊게 파고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장의 목소리는 담아냈으니 지자체 또는 국가별 지원 제도의 장·단점, 지원 규모 등을 조사해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 기사를 기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오상국 위원
지난 7월부터 대구경북 고등학교 재경동창회 탐방 코너가 이어지고 있다. 각 고교 설립이념부터 재경 출향 동문 소식까지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재학생부터 졸업한 백발의 노인 동문들에게도 모교의 소식은 감회가 새로울 듯하다. 계속해서 응원을 건넨다.
◆이수진 위원
8월 22일 자 칼럼 '부실·늑장· 눈치 수사가 국기 문란이다'는 이재명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을 지적하는 칼럼이다. 대장동·백현동 특혜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재명 관련 수사는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되었으나, 당시 같은 여당 출신으로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많은 국민이 새로운 정권에서 위 의혹을 확실하게 수사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국기문란'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지적해 준 점에서 독자로서 속이 시원한 느낌의 기사였다.
◆임성우 위원
8월 24일 자 1면 '한국어문학, 정치외교학과 신입생 안 뽑습니다'는 제목의 기사는 단순히 지역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학과 통폐합 문제를 넘어서 미래 대학 교육의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 기사 말미에 유철균 신임 대구경북연구원장과 홍원화 경북대 총장의 말을 보면 이 기사의 원래 취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즉,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의 융복합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이러한 것이 현재 대학이 진행하고 있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3면에서도 1면에 이어 현재 지역 대학들의 현주소와 이를 뒷받침하는 초중고교에서의 '문과 이탈' 현상을 다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래 세대는 인문사회 지식을 활용한 첨단 시대가 될 것이며, 이를 학문 간의 융·복합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대학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넘어선 심층 취재를 통해 매일신문 독자들, 특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이 지역 대학의 현 상황과 함께 대학 교육의 방향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정홍욱 위원
지난달 가수 싸이가 대구에서 개최한 '흠뻑쇼' 관련 기사들에서 MZ세대에 대한 무관심이 다시 드러났다. ▷6만명 떼창·물벼락 괜찮을까 ▷2만여명 함성…잊힌 방역수칙 ▷쓰레기더미 남기고 떠난 '싸이 흠뻑쇼' 등 비난일변도의 자세를 취하고 있을 뿐, MZ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은 워터밤 축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지난 3년간 억눌릴 대로 억눌렸던, 조용한 곳으로 휴양을 떠날 시간도 돈도 없는 청춘들이 단 몇 시간 자유롭게 즐기고 싶다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 통계치나 의학적 근거 없이 SNS에 올라있는 글 몇 개만 제시하며 마치 흠뻑쇼가 코로나확산의 진원지인 양 매도하는 게 언론의 올바른 자세인지 묻고 싶다.
반면 사람들이 운집한 사진과 함께 쓴 ▷농사일 놓고 하루 놀아보세…전국 유일 '풋굿'축제 ▷포항 찾은 피서객 2배 더 늘었다 ▷포항 핫플 5곳 이상 찍으면 선물 팡팡 등의 기사에서는 왜 흠뻑쇼와는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지 의문이다. 다시 한번 매일신문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젊은 세대를 바라보고 그들을 이해하고 다가가길 바란다.
◆황인담 위원
최근 대구지역 공공도서관들이 이용자들의 편리성을 위해 도입한 스마트 서비스들을 소개한 기사가 인상 깊었다. 특히 '스마트 도서관'은 선호도가 높지만 아직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기사로 인해 홍보가 됐다.
다만 대부분 지하철 등에 설치돼 있어 접근시간에 제한이 있기에 이를 개선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쉽고 편리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사도 기대해본다.
◆이동관 편집이사
두달간 꼼꼼하게 기사를 체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칭찬과 지적을 해주셨다. 제안해준 다양한 의견을 적극 검토해나가겠다. 독자위원으로서 매일신문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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