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에 대한 병역 특례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매듭지어진 것으로 인식됐던 이들의 병역 문제를 도리어 국방부가 논란으로 만든 셈이다. 무엇보다 난제의 해법을 국민에게 떠넘긴 것으로 보여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연예인의 병역 문제를 여론조사를 통해 결론 내리자는 건 책임 방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병역 자원 부족 우려와 공정의 원칙도 온데간데없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BTS의 병역 문제를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파악 후 대처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라는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문에 "그러지 않아도 오늘 아침 회의 때 참모들에게 여론조사를 빨리 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여론은 순식간에 동요했다. 몇 시간 뒤 국방부는 "장관의 발언은 여론조사가 필요한지 검토하라는 지시였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결과는 정책 결정에 참고만 하는 것이지, 조사 결과대로 병역 특례를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군색한 변명이다. 이게 왜 정부가 나서서 실행하는 여론조사 대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합의 운운했지만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치졸한 명분 쌓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미 BTS 멤버들은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 만 30세까지 입영을 연기한 상태다. 또 BTS 멤버들은 자진 입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끝난 얘기를 정치권이 나서서 자꾸 헤집는 이유가 뭔가.
혹여 국정 지지율 높이기 꼼수로 입대 문제를 꺼내든 거라면 악수 중에 악수다. 여론조사 결과도 BTS 멤버들의 입대에 우호적일지 아닐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이런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BTS 멤버들이 제 발로 하루빨리 입대하라는 고도의 심리적 압박으로 읽힌다. 국방부의 여론조사 시행은 해프닝으로 그칠 일이다. 국방의 의무는 성역(聖域)에 가깝다. 국가의 시스템이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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