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 구분법은 단출하다. 권력자의 눈에서 결정된다. 이순신일지언정 선조의 눈에는 옷을 벗겨야 할 무능한 장수다. 백 번의 싸움에서 저돌적으로 전투에 임해도 물러서는 눈빛이 권력자의 심중에, 눈에 감지됐다면 1점이 아쉬운 99점짜리 장수가 아니라 그냥 무능한 군졸일 뿐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실린 '토사구팽'(兎死狗烹)은 공신을 제거할 때 쓰는 대표적 표현이다. 유방 휘하 한신의 이야기에도 연관돼 언급된다. 한신은 대장군으로 맹활약해 천하를 평정한다. 왕이 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의 일등 공신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한신은 한나라 건국 5년 뒤 반역죄로 처형당한다.
강력한 권력을 추구할수록 견제는 강하다. 현대사에도 경쟁자를 제거하는 건 불문율이었다. 북한의 김일성이 그랬다. 6·25전쟁 때 인민군을 끌고 앞장서 내려왔던 김원봉마저 8년 뒤 숙청했다. 소련의 스탈린, 중국 마오쩌둥도 마찬가지. 마오쩌둥은 제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 홍위병을 동원했다. 동지라며 피를 나눌 것처럼 굴었지만 결론은 같았다.
절대 권력을 위해 혈육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역사에도 왕자의 난이 있었다지만 오스만제국의 왕위 계승 방식은 유별났다. 차기 왕이 낙점되면 나머지 형제들을 모두 죽였다. 친소 관계와 무관했다. 1595년 메흐메드 3세는 무려 19명의 형제를 죽였다. 비인간적이고 잔인하지만 현명한 처사로 평하는 역사가들도 있다. 숟가락을 얹으려는 이들이 많으면 권력을 참칭하게 되고 정사는 혼돈에 빠진다는 논리다.
윤석열 핵심 관계자, '윤핵관'이 권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2선 후퇴를 권고하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어떤 자리든 갈 수 있었다는 '일등 공신론'으로 맞서는 걸 보면 물러가는 길이 좁아 보인다. 정치적 전환점이라 판단되면, 무릇 공신이라면, 스스로 결단을 내릴 줄도 알아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변두리 관계자, '윤변관'으로 정권에 힘을 실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권이 잘되려면 이런 이들이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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