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2억원 들여 만든 '침수 예상지도' 무용지물

2017년 책자 형태로 제작…집값 등 재산권 침해 문제 민원
시민 접근성 크게 떨어져…열람하려면 직접 담당 부서 찾아가야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시가지가 침수돼 있다. 기상청은 4일부터 6일까지 제주에 100~600㎜ 이상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시가지가 침수돼 있다. 기상청은 4일부터 6일까지 제주에 100~600㎜ 이상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4일 경북 영덕군 강구면 해안마을에서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모래제방을 쌓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4일 경북 영덕군 강구면 해안마을에서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모래제방을 쌓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역대급 위력으로 대구경북을 덮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대구시가 지난 2017년 혈세를 들여 만든 '침수예상지도'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집값 등 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은 민원 탓에 편리한 모바일·온라인 지도는커녕 종이 책자 형태로만 제작됐고, 그나마도 사진 촬영이나 기록 등 외부 유출도 어려운 실정이다.

5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7년 수해에 대비하겠다며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별로 침수에 관한 상세한 데이터가 담긴 '재해정보지도'를 제작했다. 과거 침수가 발생한 이력을 시기와 범위 등으로 표시하고, 침수 예상지역마다 대피 경로와 대피 장소까지 표시한 일종의 재난 매뉴얼이었다.

당시 태풍 '차바' 영향으로 울산과 경남 등 일부 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렸다는 점에 착안해 시간당 최대 강수량 70㎜~130㎜까지 10㎜ 단위로 침수 흔적도와 예상도까지 시뮬레이션 기법을 적용해 제작했다. 지난 8월 서울 집중호우와 같은 갑작스러운 수해는 물론 힌남노처럼 강력한 태풍이 찾아올 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2012년 태풍
2012년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성주군 성주읍 내에 곳곳이 침수가 되자 성주소방서 구조대원들이 스티로폼판을 이용해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는 장면. 매일신문 DB

문제는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제작이 완료된 뒤 5년째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바일이나 온라인 지도를 만들지 않아서 직접 담당 부서를 찾아가는 것이 유일한 열람 방법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시청에 해당 지도 열람을 요청한 사례는 10건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대구시는 시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지도를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으로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산됐다. 일부 주민들의 민원이 원인이 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집값을 비롯해 재산상 피해가 있다는 민원으로 전국적으로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이 주변 환경을 100%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현지 여건과 차이가 난다는 문제도 있었다"며 "사진을 찍는 등 외부로 자료를 가져가는 것도 법적 문제는 없지만 지양하도록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시민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대구시가 집값 문제로 전문 용역을 거쳐 만든 지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018년 지도가 완성된 뒤 5년간 이어진 수많은 도시 구조 변화를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중진 대구안실련 공동대표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완전히 오픈하고 과거와 바뀐 환경 조건을 계속 반영해야 시민들이 유사시 각 지역에서 빠르게 정보를 보고 대비할 수 있다"며 "집값 때문에 시민 안전이 뒷전이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구시가 지난 2017년 2월 재해정보지도 제작에 나서며 발표한 보도자료의 모습. 대구시 홈페이지 캡쳐
대구시가 지난 2017년 2월 재해정보지도 제작에 나서며 발표한 보도자료의 모습. 대구시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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