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역대급 위력으로 대구경북을 덮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대구시가 지난 2017년 혈세를 들여 만든 '침수예상지도'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집값 등 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은 민원 탓에 편리한 모바일·온라인 지도는커녕 종이 책자 형태로만 제작됐고, 그나마도 사진 촬영이나 기록 등 외부 유출도 어려운 실정이다.
5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7년 수해에 대비하겠다며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별로 침수에 관한 상세한 데이터가 담긴 '재해정보지도'를 제작했다. 과거 침수가 발생한 이력을 시기와 범위 등으로 표시하고, 침수 예상지역마다 대피 경로와 대피 장소까지 표시한 일종의 재난 매뉴얼이었다.
당시 태풍 '차바' 영향으로 울산과 경남 등 일부 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렸다는 점에 착안해 시간당 최대 강수량 70㎜~130㎜까지 10㎜ 단위로 침수 흔적도와 예상도까지 시뮬레이션 기법을 적용해 제작했다. 지난 8월 서울 집중호우와 같은 갑작스러운 수해는 물론 힌남노처럼 강력한 태풍이 찾아올 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제작이 완료된 뒤 5년째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바일이나 온라인 지도를 만들지 않아서 직접 담당 부서를 찾아가는 것이 유일한 열람 방법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시청에 해당 지도 열람을 요청한 사례는 10건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대구시는 시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지도를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으로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산됐다. 일부 주민들의 민원이 원인이 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집값을 비롯해 재산상 피해가 있다는 민원으로 전국적으로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이 주변 환경을 100%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현지 여건과 차이가 난다는 문제도 있었다"며 "사진을 찍는 등 외부로 자료를 가져가는 것도 법적 문제는 없지만 지양하도록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시민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대구시가 집값 문제로 전문 용역을 거쳐 만든 지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018년 지도가 완성된 뒤 5년간 이어진 수많은 도시 구조 변화를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중진 대구안실련 공동대표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완전히 오픈하고 과거와 바뀐 환경 조건을 계속 반영해야 시민들이 유사시 각 지역에서 빠르게 정보를 보고 대비할 수 있다"며 "집값 때문에 시민 안전이 뒷전이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