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민은 추석상 차릴 엄두조차 못 내는데 여·야는 정쟁만

추석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가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13.57로 전년 동월 104.80과 비교해 8.4% 올랐다. 지난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출 목적별로 분류했을 때 식료품·비주류 음료·음식 서비스 부문을 지수 및 가중치를 고려해 계산한 값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은 다행이나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먹거리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짜장면과 설렁탕, 햄버거 등 대부분 외식 메뉴로 구성된 음식 서비스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8.9%)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한 달 전 기록적인 폭우와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값 고공 행진이 예사롭지 않다.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1%) 파(48.9%) 등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들은 추석상 차릴 엄두조차 못 낼 정도다. 추석 차례상 비용이 평균 31만8천45원으로 지난해보다 6.8% 올랐다.

더 큰 우려는 고물가로 인한 서민 고통이 가중될 것이란 사실이다. 라면과 스낵 등 가공식품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고 전기·도시가스 요금도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태풍 '힌남노'로 채소 등 신선식품 출하량이 감소해 가격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게 뻔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民生)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정작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지수는 더 악화하고 있다. 여·야 모두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민생을 챙길 겨를조차 없는 처지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지속되면서 민생이 실종됐다. 어떤 당파적 이익도 민생에 우선할 수는 없다. 고물가로 서민들은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마당에 여·야는 민생을 돌보지 않고 정쟁에만 치중하고 있다.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민생 법안 처리와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 여·야가 민생을 적극 챙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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