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남동부를 쓸고 지나가면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 특히 포항에는 5일 오후부터 6일 오전 사이 450.5㎜, 시간당 최대 104.5㎜의 비가 쏟아졌다. 강한 바람과 폭우로 오천읍에서는 70대 여성이 대피소로 이동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에서는 지하 주차장 침수로 차를 빼러 갔던 8명이 실종됐었다. 오천읍 한 아파트에서도 지하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를 빼러 갔던 1명이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도로와 상가 침수는 물론이고 산사태까지 발생해 수백여 명이 대피했다. 주택가 정전과 농경지 침수도 수백여 건 발생했다.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서는 불어난 물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풀빌라가 내려앉았다. 본격 조사가 시작되면 피해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주와 대구에서도 하천 범람·가로수 쓰러짐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 거제 상륙 당시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55.5h㎩(헥토파스칼)로 '사라'나 '매미'보다 약했다. 그럼에도 포항에 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때, 비록 태풍이 다소 약화됐다고 하더라도 한쪽을 직격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힌남노가 발생한 위치에서는 지금도 열대 저기압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9월 하순까지는 열대 저기압이 언제든지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힌남노는 한반도를 빠져나갔지만 힌남노가 남긴 위험(저수지 붕괴, 추가 산사태, 도로 유실 위험)은 여전하다. 당국은 잔존하는 위험에 대비하는 한편 피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도록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포항시는 신속한 피해 복구와 민생 회복을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특별교부세 교부를 건의하기로 했다. 지역 정치권도 적극 힘을 보태야 한다. 나아가 이번에 피해가 컸던 남구 공단 지역과 오천읍 피해를 막기 위한 항사댐 신설과 풍수해 방지 기반 시설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근본적인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지 않으면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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