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추억 속의 근대 문물을 찾아서

바늘 같은 몸에다가 황소 같은 짐을 지고-사라진 근대 문물을 찾아서(김준호 글, 손심심 그림/ 학이사/ 2021)

여름의 끝자락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국악인으로 널리 알려진 김준호 저자의 책 '바늘 같은 몸에다가 황소 같은 짐을 지고-사라진 근대 문물을 찾아서'이다. 그저 막연하게 알고 있는 '근대'라는 단어는 늘 애매했다. 만화 검정고무신을 통해 보던 초가지붕, 엿장수, 양은 도시락과 조개탄 난로 등 친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소재들에게 반가움을 느끼며 책을 펼쳤다.

저자 김준호는 국악인이다. 40년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삶의 애환이 담긴 노래를 채록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저자의 주변을 채우고 세월을 함께 보내던 많은 것들은 빠른 문명의 발전으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근대라는 이름으로 밀려나버렸다. 이제는 주변보다 근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과거의 잔상'들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흘러가는 강물은 붙잡을 수는 없지만, "과거의 잔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옛 기억을 타령, 민요 등 노래가 들리는 글쓰기로 맛있는 밥상을 차려 보았다"고 밝힌다. 어린 시절의 삶부터, 방랑하며 살아간 세월을 책에 한 장면 한 장면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역시 국악인이자 부인인 손심심 씨의 삽화를 곁들여 자세하게 수록했다.

"에헤에어 한 단이 나간다/ 어허어어 그 소리 뒤미쳐 나도 또 한 단/ 에헤에어 하더니 묶었다/ 새로 한 단이 묶어라/ 그 소리 거두미쳐 나두 또 한 단/ 에헤헤어 나도 한 단/ 에헤헤어 하더니 묶는다/ 새로 한 단이 묶는다/ 얼른 하더니 한 단을 묶어/ 에헤어어 나도 또 한 단이라" 강원 양양, '벼 베는 소리' 중에서(27쪽)

노래에서는 벼를 베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느껴진다. 책에서는 이처럼 소리를 살려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가을 운동회, 나락 베는 날, 얼음 뱃놀이, 엿장수, 아이스께기 등 이제는 추억이 된 '과거의 잔상'들이다. 과거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소리와 함께 글을 쓰니 그 시절의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점점 세월의 흐름이 빨라진다. 오래지 않아 흔히 사용되던 것들이 옛것이 되어간다. 이 책은 급박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어떤 이에게는 그 시절 향수의 결핍을 메우는 추억이 되고, 근대 문물을 뒤로한 채 새로운 흐름만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앞서가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신호철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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