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재래시장. 입구부터 가득 쌓인 쓰레기더미와 시큼한 냄새가 사람의 출입을 거부하는 듯 했다.
시장 바깥 식당에서는 상인들이 의자며 집기 등을 씻어내느라 흘러내린 물이 작은 내를 이뤘다.
명절을 앞두고 가득 채웠을 수족관에는 물고기가 어디 갔는지 흙탕물만 바닥이며 유리에 묻어있을 뿐이었다.
입구에서 만난 한 상인은 "전날 그렇게 꽁꽁 싸매고 갔는데 (6일)아침에 와보니 몽땅 흙탕물이 들어와 물고기가 다 죽어 있더라"면서 "일단 멀쩡해 보이는 집기들을 씻고 햇볕에 말리고 있는데 몇 개나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장 골목에 들어서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사람 키만큼 높이 쌓인 쓰레기더미는 골목마다 가득해 통행을 막고 있다. 포항시에서 지원한 소형 굴삭기 한대가 열심히 치우고는 있지만 쓰레기양에 비해 너무나 버거워 보였다.
쓰레기더미 뒤로 삼삼오오 앉아 있던 상인들은 태풍에 모두 휩쓸려 가버린 텅 빈 상가 내부를 보며 대화마저 툭툭 끊기는 모습이다.
구룡포시장에서 수산물상점을 하는 최상열(58) 씨는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나름 차수벽도 쌓고 물품을 높은 곳으로 옮기는 등 대비를 했는데 이렇게 많은 물이 들이찰 줄 몰랐다"며 "추석 대목을 앞두고 평소보다 3배나 많이 물건을 들여놨는데 아침에 오니 다 버려야 했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냉장고며 집기들이 다 망가져서 앞으로 장사를 접어야할 판"이라고 했다.
바닷가 부두와 바로 맞닿은 이곳은 태풍이 한창이던 지난 6일 새벽쯤 만조와 폭우가 겹치며 최대 1m50cm에 가까운 물이 들이쳤다. 웬만한 성인남성의 가슴에 이르는 높이다. 오전 중 대부분의 물이 빠져나간 와중에도 발목까지 찰랑이던 물은 6일 오전 10시쯤에나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이후 시장 바닥에 수해로 망가진 집기들과 물품들이 넘쳐나면서 덤프트럭 10여대 분량을 수거했지만, 아직 골목마다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금세 또 다시 쌓였다.
구룡포 토박이로 40여 년째 식육점을 운영하는 김경순(71) 씨는 "작은 집기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냉장고마다 기름냄새 등 악취가 진동한다. 추석 대목은커녕 당장 우리 목구멍부터 걱정이다"며 "(6일)오전 10시쯤 태풍을 헤치고 나와서 건진 게 겨우 이 정도다. 내 평생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재 포항에는 11개 시장에서 침수 피해가 집계됐다. 특히, 이번 태풍이 남구지역에 집중되며 구룡포와 오천시장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반파 이상의 큰 피해를 중심으로 작성된 집계이며, 누수 등 상가별 작은 피해까지 더하면 그 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손정호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현행법상 소상공인들에게는 일괄적으로 200만원 한도의 정부 지원금이 나간다. 상인들의 상처를 보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수해 복구지원 등 포항시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동력을 동원하고 있다. 아울러 성금 등 각지의 도움이 들어온다면 상인들의 재기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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