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공공도서관 어린이실은 가족 단위 이용자들로 북적인다. 책 읽어주는 부모님과 어린 자녀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자료실을 보면, 몸은 바쁘면서도 흐뭇한 마음이 절로 든다. 늘 그렇듯이 이번 주말도 분주하게 서가를 정리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두 모녀의 책 읽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통통아, 우리 엄마 좀 잘 지켜줘'라고 용이가 말했어." '어라? 분명히 아는 책인데 뭐지'하는 생각에 힐끔 눈을 돌려 책 제목을 봤다. '엄마의 이상한 출근길'. 익숙한 책의 제목을 들으니 작년에 이 책을 대출한 또 다른 이용자가 떠오른다.
이 책은 작년 9월 독서의 달 '블라인드 북 대출' 행사 도서 중 하나였다. 행사는 추천 도서를 추려 책을 포장하고, 포장지에 적힌 키워드만 보고 도서를 대출하도록 운영되었다. 책의 제목을 가렸기 때문에 내가 빌리는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인 행사였다.
행사 도서가 모두 동날 때쯤 한 이용자가 '#워킹맘들에게 보내는 힘찬 응원'이라는 키워드가 붙어 있던 책을 가지고 오셨다.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이용자는 책을 반납하시면서 동화책이 육아와 직장 일로 지친 일상에 큰 위로를 주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하셨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마음의 선물을 받았다고 호쾌하게 웃으시며, 나에게도 결혼하면 자녀랑 함께 꼭 읽어 보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뜻밖의 인사에 쑥스러운 마음 반, 뿌듯한 마음 반으로 받은 책을 펼쳐 들었다.
주인공은 워킹맘 엄마와 아들 용이다. 용이는 이른 아침 바쁘게 출근길에 오르는 엄마의 주머니에 수호신 인형 '통통이'를 넣으며 "통통아, 우리 엄마 좀 잘 지켜줘."하고 기원한다. 통통이는 주머니에서 하루 종일 대활약을 펼친다. 꽉 막힌 출근길 건널목에만 서면 파란불이, 만석 버스에서는 없던 자리가 생기고 중요한 발표는 막힘없이 술술! 회사에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던 엄마는 주머니에서 용이의 수호신 인형을 발견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책을 읽고 용이와 비슷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이 기억났다. 출근 준비를 하는 엄마의 뒤에서 도로 위의 위험한 차도 조심하고, 나쁜 말 하는 사람들로부터 마음도 다치지 말기를, 아무쪼록 오늘도 엄마의 하루가 무사하기를 기도하던 어린 나. 그리고 또 이런 나를 두고 차가운 세상에 홀로 나가야 했던 우리 엄마에게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우연하게도 행사 도서로 추려져 이용자에게 전해진 이 책 덕분에 다시금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하게 되어 기뻤다. 맞벌이 가정에서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자녀를 양육하시는 분, 빈집에 홀로 끼니를 때우며 부모님을 기다리곤 했던 자녀에게 이 책이 담백한 위로가 되리라 생각한다.
지난가을 도서관을 방문하셨던 이용자분과, 우리 어머니와, 언젠가 자녀를 양육하며 직장을 다니게 될 나와 그리고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세상 모든 워킹맘들에게 전한다.
"엄마! 안녕히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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